2. 본질 : 인지와 정서의 불균형 속 진짜 채워야 할 것들.
아이들의 뇌와 마음은 매일 경이로운 우주를 창조해 냅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보고도 백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유아동기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돌멩이가 우주선이 되었다가 단단한 방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외로운 친구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나의 대상을 통해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상상력을 뻗어나가며 세상을 향한 인지와 정서의 폭을 넓혀갑니다. 모국어는 이 거대한 상상의 세계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가장 훌륭한 그릇입니다.
그런데 치열한 조기 교육의 현장에서는 참으로 기이하고 아이러니한 풍경이 일상처럼 벌어집니다.
모국어인 한글을 채 떼기도 전에 영어 알파벳과 파닉스를 먼저 줄줄 읽어내는 아이들이 수두룩합니다.
길거리에 적힌 우리말 간판은 더듬거리며 읽지 못하면서 영어로 된 바카라은 유창하게 발음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펼쳐집니다.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벌써 영어를 읽는다며 환호하지만 이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생각의 뿌리가 되는 모국어의 글자를 온전히 인지하기도 전에 기계적으로 외국어의 음가부터 주입받은 뇌는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됩니다. 내가 매일 숨 쉬고 살아가는 세상의 문자는 모른 채 낯선 문자의 소리값에만 갇혀버리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형적인 역전 현상은 결국 아이들의 사고력을 극도로 좁혀버리는 비극을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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