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 사교육의 문턱에서 숫자에 속는 부모들
사교육 특구의 학원가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최상위 소수 정예 영재반 그리고 프리미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들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진도를 앞서가는 선행 학습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들어갈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비싼 수강료는 기본이고 까다로운 입학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허락되는 그 견고한 문턱은 역설적으로 부모님들의 마음을 더욱 강렬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프리미엄 마케팅이 놀라운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부모의 가장 취약한 감정인 불안을 정교하게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은 매달 수 백 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프리미엄 학원의 원비를 결제하는 순간 묘한 자부심으로 둔갑합니다.
남들이 쉽게 누리지 못하는 최고급 교육 환경을 내 아이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우월감이 양육의 불안을 잠시나마 마취시켜 주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지만 사실 그것은 부모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아주 값비싼 진통제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유명 어학원이나 수학 학원의 상담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입학 설명회는 초대받은 극소수의 부모님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학원 측은 아이의 성적표를 앞에 두고 '어머님, 아이는 상위 1퍼센트의 특별한 두뇌를 가졌으니 우리 학원의 가장 높은 반에서 관리받아야 합니다' 라고 속삭입니다. 이 달콤하고 치명적인 칭찬 앞에서 부모님의 이성은 마비되고 맙니다. 학원이 쳐놓은 프리미엄이라는 거대한 그물에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임상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 이 프리미엄의 민낯을 마주할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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