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늘도 애쓰셨습니다.
살림에는 끝이 없습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흐트러진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하루 종일 움직였지만, 비워 놓은 빨래통에는 어느새 다시 옷이 쌓이고 깨끗이 닦은 바닥에는 또 먼지가 앉습니다. 말끔히 정리해 놓은 집 안도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흐트러집니다. 얄궂게도 살림은 하고 있을 때에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다가, 하지 못했을 때 비로소 그 빈자리를 드러냅니다.
살림은 호흡과 닮았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면서도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숨은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작고 규칙적인 반복이 생명을 이어 갑니다. 살림도 그렇습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평범한 일들이 눈에 띄지 않은 채 한 사람의 하루를 지탱합니다.
‘살림’은 ‘살다’에서 나온 우리말입니다.
그 말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삶’에 닿습니다. 가족을 먹이고 입히는 일, 지친 사람이 돌아와 쉴 자리를 마련하는 일, 흐트러진 일상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 세상이 알아주는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살림은 누군가의 삶을 돌보고 다시 내일로 이어 주는 일입니다.
당신이 차린 밥을 먹고 누군가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묵묵히 해낸 일 덕분에 무언가는 제시간에 완성되고, 누군가는 다음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간 하루는 어쩌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당신이 지켜 낸 하루였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수고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더라도 그 일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는 것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을 살아내느라 애쓴 당신께,
이 글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