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유년을 끝내 뺏어간 어른의 시각
어릴 때는 금기를 다룬 영화 정도로만 기억했다. 나보코프의 소설이라는 이름은 워낙 유명했고, <롤리타>라는 단어는 이제 여러 가지 문화적 기호로 남게 되었다. 물론 아무리 로코코 시대의 드레스 이미지를 갖다 놔도 원본의 역겨운 이미지를 모두 대체하진 못한다. 성인이 되어 다시 본 롤리타는 한 아이의 호기심과 그에 대한 상실의 얼굴, 그리고 욕망에 돌아버린 한 어른의 변명의 한풀이다.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은 아름다운 미학과 사운드트랙으로 감춘다 한들 영화 속의 폭력이 너무나 쉽게 사랑이라는 언어 안으로 쏙 숨어버린다는 사실이다.
험버트는 흔히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처럼 표현된다. 특히 이 영화에서의 험버트는 지적이고 세련되었으며 자신의 욕망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포장할 줄 아는 남자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런 인물을 우아하게도 연기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품위도 한 꺼풀씩 벗겨져 결국 조금도 남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우아함이 얼마나 위험한 가면이 될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에 빠진 남자라고 믿지만, 그 숱한 추적 끝에도 끝내 돌로레스가 어떤 아이였었는지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가 사랑한 건 돌로레스라는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롤리타>라는 어긋난 환상이다. 그리고 그 환상이 얼마나 집요하게 한 아이의 삶을 잠식하고 망가뜨리는지를 조용히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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