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파이어

웃고 있는 광대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by쓱쓱이





(정말 넣을 노래가 없었다...)




우스꽝스럽고 역겨운, 딱 그 정도의 밀도


고어 영화를 보다 보면 피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쉽게 놀라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눈을 찌푸리게 만들던 장면도 몇 편 지나고 나면 비슷한 이미지의 반복처럼 보인다. 사람이 찢어지고 잘리고 피가 튀는 장면 역시 그것이 특수효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어느 순간부터는 공포보다 기술적인 구경에 가까워진다. <테리파이어>도 처음부터 엄청난 기대를 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피에로 공포증이 있어서 살짝 긴장하기는 했다. 잔인한 광대가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죽이는 영화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시작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기억에 남은 것은 고어의 수위보다 아트 더 클라운이라는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찝찝함이었다. 무섭다고 하기에는 우스꽝스럽고, 호기심이 생긴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불쾌하며, 그렇다고 완전히 우스운 캐릭터라고 치부하기에는 사람을 죽이는 방식이 너무 잔인하다. 공포와 희극 사이에서 계속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이 어정쩡함이 이상하게도 <테리파이어>를 기억하게 만든다.



b3259de3062f73c1698acf966398bb249f1247f62ce1ac3c99e4d8aa4d7824e9._SX1080_FMjpg_.jpg



<테리파이어>의 이야기는 사실 별것 없다. 핼러윈 밤, 두 여성이 기괴한 광대 아트 더 클라운과 마주치고 그날 밤을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다. 아트는 갑자기 나타나고, 사람을 쫓아가고, 가지고 놀다가 죽인다. 복잡한 서사도 없고 그가 왜 사람을 죽이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복수해야 할 이유도 없고 세상을 증오하게 된 사연도 없으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같은 것도 없다. 감독 데미언 리온은 아트에게 굳이 거창한 배경을 붙이지 않는다. 그는 그냥 나타난다. 그리고 죽인다. 이 단순함은 장르적으로 꽤 정직하다. 관객에게 악당을 이해하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그의 내면을 해석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 광대가 사람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가지고 놀 수 있는지를 계속 밀어붙인다. 서사는 얇지만 대신 살인의 과정은 이상할 정도로 길다. <테리파이어>는 이야기보다 행위에 집착하는 영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쓱쓱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해도 해도 너무한 영화를 리뷰 합니다🥺 (가끔 평범한 영화도 올려요)

9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5화롤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