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온 제비와 사계절의 차

한 사람의 찻자리를 위해 고른 것들

by박현정

제주에서 반가운 사진이 도착했다. 벨집에서 고요미학을 위해 만들어주신 기물들을 촬영해 보내주셨다. 바다를 뒤로하고 개완과 숙우, 작은 찻잔이 놓여 있었다. 짙은 바탕 위로 밝은 제비가 날개를 펼치고, 잔에는 가지에 앉은 새가 담겨 있었다.


제주의 빛을 한껏 받은 기물들 뒤로 보이는 바다까지 함께 건너오는 듯했다. 기물마다 작가님의 시간과 손길이 담겨 있었다. 고요미학의 이름을 문자도로 풀어 선물해 주신 마음도 고마웠다. 만들어 주신 정성이 차를 담고 잔을 건네는 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 긴 비행 끝 제 둥지로 돌아오는 제비. 그 작은 새를 보며 분주한 하루 중에도 돌아와 앉을 자리 하나를 마련하고 싶었던 마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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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현 작가님의 백자 다기를 처음 만난 곳도 제주였다. 제주 티하우스에서 작가님의 다기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하얀 백자의 깨끗하고 단아한 멋에 마음이 갔고, 나의 첫 다기 세트로 들였다. 중국 경덕진에서 십 년 동안 도자를 연구하고 작업한 강동현 작가는 지금은 한국에서 차도구와 기물을 중심으로 흙의 질감과 성질을 탐구하고 있다. 그 단아한 모습 뒤에는 재료를 다루며 보낸 오랜 시간이 있었다. 그 첫 만남이 인연이 되어 고요미학에서도 작가님의 다기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위해 처음 고른 다기의 아름다움을 이제 이곳을 찾는 이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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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집의 기물에 담긴 작은 새와 풀잎은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강동현 작가의 백자는 맑고 정갈한 멋이 좋았다. 차의 성격에 맞춰 기물을 고르며, 한자리에서 그릇과 차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릇은 오래 쓰다 보면 생활의 일부가 된다. 차를 담고, 씻어 말리고, 다음 찻자리에 다시 놓는 일을 거듭하며 손에 익는다. 고요미학의 다기들도 그렇게 자주 쓰이고 오래 곁에 두는 물건이 되기를 바랐다.


기물과 함께, 그 안에 담을 차도 깊이 고민하며 골랐다. 제주의 자연과 계절을 차에 담아온 티하우스 우연못과 함께 향과 맛을 살폈다 . 맑고 푸른 향이 먼저 다가오는 차, 부드러운 단맛이 남는 차, 구수한 풍미가 오래 이어지는 차가 있었다. 제주에서 떠올린 고요미학의 리추얼 심볼인 시작, 온기, 깨어남, 에너지라는 말을 차의 향과 맛으로도 전하고 싶었다. 네 가지 이름이 오늘 마음이 가는 차를 고르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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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바(Tea Bar) 좌석인 고요석에서 한 잔씩 우려 내어 드릴 차는 블렌딩티로 골랐다. 여러 재료가 각자의 향과 맛을 더하며 한 잔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점이 좋았다. 그 조화에 시작, 온기, 깨어남, 에너지라는 네 가지 흐름을 담았다.


녹차의 맑음에 은은한 꽃향이 더해진 차에는 ‘시작’을, 홍차에 부드러운 단맛과 산뜻함이 어우러진 차에는 ‘온기’를 두었다. 허브의 청량함과 꽃향은 ‘깨어남’에, 호지차를 바탕으로 여러 재료가 만드는 구수하고 깊은 풍미는 ‘에너지’에 어울렸다. 충분히 쉬고 난 뒤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편안한 힘을, 그 깊고 따뜻한 맛에 담고 싶었다.


오롯석에는 한 가지 차 본연의 향과 맛을 천천히 살필 수 있는 싱글 잎차를 골랐다. 처음 다가오는 향과 입안에 머무는 맛, 마신 뒤 남는 여운에는 저마다의 결이 있다. 직접 물을 더해 거듭 우리는 동안 그 안에 겹쳐진 향과 맛을 자신의 속도로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만남과 새롭게 건네받은 정성이 서울 도심 속 나만의 찻자리를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곧 이 다기들에 따뜻한 차가 채워질 것이다. 기물을 만들어 주신 정성에 차를 고르고 내어주는 마음을 더해, 이곳을 찾는 이에게 좋은 시간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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