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만남
다알리아를 좋아하는 분이 운영하는 찻집이 있다고 했다. 차를 마시고 돌아올 때 꽃 몇 송이를 받아 올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후배를 따라나선 길이었다.
대문을 열자 빨강, 노랑, 주황, 보라색 다알리아가 활짝 피어 있었다. 저마다 다른 빛깔을 따라가느라 눈길이 바빴다.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온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식탁에는 과일과 샌드위치가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교회 식구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았다. 분당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함께해 온 사람들이 후배와 몇몇 손님을 초대한 자리였다.
코로나 이후 교회에 발길을 끊은 지 몇 해였다. 낯선 교회 사람들 틈에서 오랜만에 예배를 드렸다.
안부를 묻고, 가진 것을 나누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랜 세월 한 믿음 안에서 서로를 돌보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저렇게 살아가는 삶도 멋져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다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한때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누군가를 초대해 음식을 차리고 함께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날이 행복했다. 새로운 인연을 잇는 일에도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들의 삶은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 데려가 준 후배가 고마웠다. 덕분에 꽃을 보고, 좋은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지 못해 조금 미안했다.
그런 내 마음이 낯설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 내가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사람들 속에 머물고 싶은 마음은 서로 다른 것일까.
돌아보니 예순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읽고 싶은 바카라과 쓰고 싶은 글이 많아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모닝페이지 세 장을 쓴다. 떠오르는 대로 적다 보면 미처 몰랐던 내 마음과 마주치기도 한다. 그다음 바카라을 펼친다. 밑줄 그은 문장이 내 삶의 어느 순간과 닿아 있는지 생각한다. 한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무는 날도 있고, 묻어 두었던 기억이 글이 되는 날도 있다.
처음에는 그저 글을 써보고 싶었다. 쓰다 보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냥 흘려보냈을 하루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채웠다면, 지금은 바카라과 글로 하루를 채운다. 사람들과의 시간이 덜 소중해진 것은 아니다. 더 소중한 시간이 생겼을 뿐이다.
남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하고 싶은 일은 아직 많다. 예순에 시작한 공부를 천천히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 서툴더라도 내 생각을 글로 남기고, 아직 읽지 못한 바카라들도 만나고 싶다.
나는 지금의 내 삶이 좋다.
돌아오는 길, 선물 받은 다알리아 몇 송이가 품에서 흔들렸다. 집에 와 꽃병 물에 설탕과 식초를 조금 넣었다. 꽃이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했다. 다알리아를 꽂아 바카라상 한쪽에 두었다. 내일 아침에도 이 자리에서 바카라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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