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뭉크를 처음 만나다

by간서치

2026년 8월 5일 수요일 · 오슬로


입센 박물관을 나와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으로 갔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노벨 평화 센터에는 들르지 못하고 바로 들어갔다. 저녁에는 뭉크 박물관 예약이 있어서 여기서도 서둘러야 했다.


여기 오기 전에 유성혜 작가의 『뭉크』를 읽으며 에드바르 뭉크의 삶과 그림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는 어려서 어머니와 누나를 병으로 잃었고, 자신도 몸이 약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마음의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삶에서 나온 그림이 어떤 말을 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박물관 로비 벽에 층별 안내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작품이 사십만 점쯤 있고, 그중 육천오백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걸 다 볼 수는 없으니 「절규」의 화가 뭉크의 그림 위주로 보기로 했다. 안내판을 보니 2층 33–61번 전시실 칸에 「절규」가 그려져 있어서 갈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름표에 적힌 이름, 올라프 스카우(Olaf Schou)


2층에 올라가니 뭉크의 그림만 모아 둔 방이 있었다. 그림을 하나씩 보다 보니 액자 밑에 붙은 작은 이름표에 같은 문구가 자꾸 눈에 띄었다.


"Gave fra Olaf Schou"


검색해 보니 올라프 스카우가 기증했다는 뜻이었다.


「절규」에도 있고 「마돈나」에도 있고, 「생의 춤」과 「다리 위의 소녀들」에도 있었다. 젊은 뭉크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크리스티안 크로그의 「아픈 소녀」에도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돌아와 찾아보았다. 스카우는 1861년에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이 옷감 공장과 맥주 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사업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젊어서는 화가가 되려고 독일까지 가서 그림을 배웠는데, 몸이 약해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그 뒤로는 직접 그리는 대신 그림을 사 모았다. 당대에 뭉크의 그림은 '미완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스카우는 그런 그림을 일찍부터 알아보았다. 뭉크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여러 번 도와주었다고도 한다.


1909년에는 모아 둔 그림 116점을 한꺼번에 박물관에 내놓았고, 「마돈나」가 이때 들어왔다. 이듬해에는 「절규」와 「생의 춤」을 사서 곧바로 기증했다. 이렇게 그가 평생 내놓은 뭉크 그림이 열한 점이다.


이 글을 적으며 암스테르담에서 본 빈센트 반 고흐가 떠올랐다. 그의 그림은 살아 있는 동안 거의 팔리지 않았다. 도와준 사람은 동생 테오 한 사람뿐이었고, 편지에는 돈이 모자란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고흐는 1890년에 서른일곱 살로 세상을 떠났고, 그림은 그 뒤에야 알려졌다. 동생의 아내 요한나가 그림과 편지를 버리지 않고 지켜 준 덕분이다.


뭉크에게는 살아 있을 때 그림을 사 주는 사람이 있었다. 「절규」가 나라의 그림이 된 1910년에 뭉크는 마흔여섯 살이었다. 그는 그 뒤로도 서른 해 넘게 그림을 그리다가 1944년에 여든 살로 세상을 떠났다.



「절규」


이 방에서 본 그림 몇 점을 그날 저녁 뭉크 미술관에서 다시 만났다.


고흐가 「해바라기」를 여러 점 그렸듯이, 뭉크도 같은 그림을 몇 번이고 다시 그렸다. 「절규」가 네 점이고 「마돈나」는 다섯 점이나 된다.


여기 걸린 「절규」는 1893년에 처음 그린 것이다. 설명판에는 천이 아니라 두꺼운 종이에 그렸고, 처음 전시할 때는 제목이 '절망'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림 속 사람은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에 놀라 귀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3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저녁에 뭉크 미술관에서 본 「절규」는 크레용으로 그린 것과 판화로 찍은 것이었다. 셋 가운데 색이 가장 짙은 것은 여기 국립 박물관의 그림이었다.

왼쪽: 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3년, 뭉크 미술관 / 오른쪽: 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5년, 뭉크 미술관


뭉크 미술관에서는 「절규」 세 점을 정해진 시간마다 한 점씩 돌아가며 보여 준다. 도둑맞은 적이 있어서 보안 때문에 그러나 싶었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그림이 빛에 약해서 번갈아 쉬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빛에 약하기는 여기 국립 박물관의 「절규」도 마찬가지일 텐데, 여기서는 늘 걸어 두었다. 그래서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었고, 관람객도 많지 않아서 그림 앞에 오래 서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절규」를 보러 오슬로에 간다면 나는 국립 박물관을 더 권하고 싶다.




「마돈나」


정작 나에게는 「절규」 보다 같은 방에 걸린 「마돈나」가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에드바르 뭉크, 「마돈나」, 1894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마돈나는 본래 성모 마리아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뭉크의 마돈나는 성스러운 어머니라기보다 팜 파탈에 가깝다.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두려운 여인이다. 이름표에도 제목 밑에 '사랑하는 여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돈나」도 그날 두 번 보았다. 여기 「마돈나」는 스카우가 내놓은 그림이고, 뭉크 미술관의 「마돈나」는 화가가 끝까지 가지고 있던 그림이다.

에드바르 뭉크, 「마돈나」, 1894년, 뭉크 미술관


그림 속 여인은 다그니 율이라는 사람이다. 뭉크는 베를린에서 지낼 때 이 여인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만큼 불안해하고 질투도 많이 했는데, 다그니는 1893년에 뭉크의 친구인 폴란드 작가와 결혼해 버렸다. 「마돈나」는 바로 그다음 해에 그린 그림이다. 팜 파탈 같은 마돈나는 그때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마돈나」를 보고 있으면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티스베」가 떠오른다. 티스베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집안의 반대로 만날 수 없는 연인과 벽 틈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끝내 함께 죽는 여인이다.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묘하게 닮아 보인다. 내 생각에만 그런 것일까?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티스베」, 1909년, 개인 소장



고흐와 뭉크의 자화상


뭉크를 보러 온 곳에서 뜻밖에 고흐의 자화상을 만났다. 설명판에는 프랑스 남부의 정신병원에 있던 때의 그림이고, 아주 힘든 시기를 지나 몸이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처음 그린 것일 거라고 적혀 있었다. 1889년, 고흐가 서른여섯 살 때다. 세상을 떠나기 열한 달 전이다.


닷새 전 반 고흐 미술관에서 읽은 편지가 떠올랐다. 자기를 그리는 것도 쉽지 않다던 그 편지다. 편지를 쓴 곳도, 쓴 해도 이 그림과 같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1889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고흐 자화상 근처에는 뭉크의 「담배를 든 자화상」이 걸려 있었다. 1895년, 뭉크가 서른한 살 때 그린 그림이다.

에드바르 뭉크, 「담배를 든 자화상」, 1895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고흐는 1853년에, 뭉크는 1863년에 태어났으니 고흐가 열 살 위다. 그런데 두 자화상을 그린 나이는 서른여섯과 서른하나로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비슷한 나이에 그린 얼굴인데도 아픈 고흐와 당당한 뭉크는 많이 달라 보였다.



「아픈 소녀」와 「아픈 아이」


크로그와 뭉크가 같은 화실에서 지내며 그랜드 카페에 함께 드나들었다는 것은 앞에서 입센 이야기를 하며 알아보았다. 그 두 사람이 같은 주제로 그린 그림이 이 박물관에 가까이 걸려 있었다.


크로그의 그림은 1881년에 그린 「아픈 소녀」다. 흰 베개에 기댄 소녀가 똑바로 앞을 보고 있고, 옷의 주름까지 또렷하다.

크리스티안 크로그, 「아픈 소녀」, 1881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뭉크의 「아픈 아이」는 1885년에서 1886년 사이에 그렸다. 크로그의 그림보다 사 년 늦어서, 뭉크가 그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들 한다. 그런데 두 그림을 번갈아 보면 그린 방식은 전혀 다르다. 뭉크의 소녀는 얼굴만 겨우 알아볼 만큼 흐릿하다.


뭉크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잃었고, 열세 살 때는 두 살 위 누나 소피에를 같은 병으로 잃었다. 스물한 살이 된 뭉크가 그날의 기억을 그린 것이 이 그림이다.

에드바르 뭉크, 「아픈 아이」, 1885~1886년, 노르웨이 국립 박물관




뭉크 그림 위주로 보고 서둘러 나왔다. 그 많은 전시실 가운데 들어가 본 곳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다른 좋은 작품도 많았을 텐데, 지나오고 나니 아쉽다.


이제 뭉크 미술관으로 향한다.



https://blog.naver.com/customs_man/224432158053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