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독립생활을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새집증후군이라는 벽에 부딪쳤다.
지난 한 달 정도를 환기를 시켰지만,
문을 닫고 하룻밤 자고 나니, 좋지 않은 공기가 확 느껴졌다.
날씨가 좀 쌀쌀했던 터라 보일러를 약하게 틀고 잤는데, 그래서인지 공기질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이라 벽지, 바닥재, 가구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잠까지 자보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하고 머리가 띵했으며, 창문을 열고 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이 생겼다는 설렘과는 별개로, ‘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의 공기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라는 걸 처음 실감했다.
집 냄새를 빼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다음으로 생각한 건 공기정화용 숯을 두는 방법이었다.
비교적 가성비가 괜찮아 보여서 ‘이거다’ 싶었다.
그런데 효과를 찾아볼수록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있고, 숯만으로 새집증후군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무엇이 맞는 건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이크아웃’이라는 방법을 알게 됐다.
실내 온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유해물질 배출을 촉진한 뒤, 강하게 환기시키는 방식이었다. 새집증후군은 많이 들어봤지만, 베이크아웃이라는 명칭은 생소했다.
방법은 이러했다.
집 안의 창문과 문을 모두 닫은 뒤, 보일러 온도를 30~35도 이상으로 설정하여, 5시간 이상 유지해 자재 속 유해물질이 밖으로 더 많이 배출되도록 만든 다음, 창문을 전부 열어 강하게 환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안의 가구들은 모두 열어 준다. 싱크대 수납장 및 신발장 등)
쉽게 말하면, 집을 굽는 것이다.
베이크아웃 과정은 3회 이상 권장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집 안 깊숙이 남아 있는 냄새와 화학물질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심했을 때는 집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잔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공기가 버겁고, 따가웠다.
베이크 아웃이라는 방법을 바로 실행하기로 했다.
출근하기 전에 보일러를 틀어두고, 퇴근하고 돌아와서 보일러를 끄고 환기를 시켰다.
한 번만으로도 냄새가 확 빠진 게 느껴졌다.
베이크아웃의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물론 완전히 모든 냄새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숨쉬기 힘들다 ‘는 느낌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눈이 따갑던 증상도 덜해졌고, 집 안 공기가 전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베이크아웃을 두 번 정도 진행하고 나니, 이 정도면 생활하기에는 충분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이 공간에서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도 베이크아웃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오랫동안 마음속에 쌓여 있던 감정들.
환기되지 못한 채 눌러 담아두었던 기억들.
애써 괜찮은 척하며 지나왔던 시간들.
그런 것들도 결국, 닫힌 공간 안의 공기처럼
조금씩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집도 한번 뜨겁게 끌어올린 뒤에야 묵은 냄새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듯,
사람도 가끔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쌓여 있던 감정들을 꺼내고,
묵혀둔 생각들은 흘려보내고,
오래된 공기를 환기시키는 시간.
그래야 다시,
조금 더 편하게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