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자식

by김유리

독립한 집에 친구를 초대하였다.

이 친구는 20살 때부터 자취를 시작한 친구다.

서른 즈음부터 알게 된 친구인데, 이 친구가 자취하던 집에 갔던 적이 있다.

서울 집값의 살벌함을 이 친구의 자취집에서 처음 느꼈다.

친구가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할 때 화장실 불을 켜지 않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럴 때마다 왜 불을 켜지 않느냐며 친구 대신 화장실 불을 켜주었다.


그러면서 회사 동료의 말이 떠올랐다.

회사 동료는 집에서 필요한 때만 불을 켜고, 이 외에는 불을 안 켜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밝은 게 싫어서 인지. 어둠이 좋아서 인지. 그때는 별생각 없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새 나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화장실 불을 켜지 않은 채 세수를 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 형광등을 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코드는 뽑아두고, 물도 괜히 오래 틀어놓지 않는다.


왜 그럴까.

무슨 이유인지 알겠는가?


돈.


돈이 아까워서였다.


세상에..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형광등 하나, 콘센트 하나, 수도꼭지 하나.

그런데 독립을 하고 나니 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을 켜면 전기요금이 떠오르고, 물을 틀면 수도요금이 떠오른다. 보일러를 켜는 것도 잠시 망설여진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돈과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른 척 살았던 거 같다.


독립은 혼자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당연했던 것들의 값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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