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권위는 조희대가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법을 어긴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가. 누구보다 엄격하게 법을 지켜야 하고, 누구보다 정직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무거운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 하물며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금 조희대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러한 상식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대법관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한 문제는 단순한 회계 논란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어떤 근거로 돈을 지급했는지, 그 돈은 적법하게 집행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희대가 국민과 국회에 사실대로 설명했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조희대의 해명과 감사원이 제시한 회계 자료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드러났다. 자신은 지급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과 대법원장이 지급 주체로 확인됐다는 감사원장의 답변이 충돌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물론 지급을 집행한 사람과 지급을 결정한 사람은 다를 수 있다. 회계상 지급 주체라는 사실만으로 대법원장이 모든 지급을 직접 지시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더욱 명확하게 설명하면 될 일이다. 어떤 예산 항목에서 돈이 나왔는가. 누가 지급을 결정했는가. 지급 대상과 금액은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가. 현금 지급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국회에서 한 해명과 감사원의 설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해명으로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큰 의문을 낳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심각한 바카라임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격려금이라는 명목이다. 대법관들이 막중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가 힘든 일을 한다고 해서 공금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의 업무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상받는다. 그 보상은 법령과 예산, 명확한 지급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사기업의 대표가 자기 회사 돈을 쓰듯 국가 예산을 재량껏 나눠줄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급 방식이 현금이었다면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누가 얼마를 받았으며, 어떤 목적으로 지급됐고, 적절한 증빙은 갖춰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격려금이라는 이름은 회계의 투명성을 대신하는 면죄부가 아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붙여도 법적 근거가 없다면 문제가 되고, 적법한 근거가 있더라도 집행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설명해야 한다.
국민에게는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국가기관 내부에서는 현금 지급을 둘러싼 의혹이 발생한다면, 누가 그 엄격함을 납득하겠는가. 일반 공무원이 같은 방식으로 공금을 집행했다면 어떤 기준으로 조사받았을지 생각해 보라.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권한이 클수록 바카라임은 무거워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격려금 지급 시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관들에 대한 현금 지급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되던 시기와 파기환송 판결 전후에 이뤄졌다.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은 물론 선고 전날에도 지급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 돈과 판결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한 주장을 하려면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점의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다. 정치적으로 중대한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관들에게 왜 그 시기에 현금이 지급됐는지, 지급의 목적과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통상적인 격려금 지급이었다면 이를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
사법부는 판결의 독립성을 주장한다.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검증을 거부할 권리가 아니다. 판결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막는 것과 공금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원의 독립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회계와 행정에 대한 정당한 질문까지 차단한다면, 그것은 독립의 수호가 아니라 권한의 특권화다.
감사원의 지적과 지급 방식 개선을 둘러싼 설명이 서로 엇갈렸다는 보도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감사 지적을 받았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개선 조치를 취했는지, 그 조치가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감사원과 합의한 사항인지조차 설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사법부가 다른 기관에 법과 규정의 준수를 요구하려면 먼저 자신의 예산 집행부터 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조희대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대법원장이라는 직함은 진실을 대신하지 않는다. 법복은 잘못된 회계 처리를 정당화하지 않으며, 사법부의 독립성은 불투명한 공금 집행을 감싸는 방패가 될 수 없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현금을 지급했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지급에 문제가 없었다면 자료로 입증하면 된다.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면 왜 그런 설명을 했는지 밝히면 된다. 이것이 그토록 어렵고 복잡한 일인가.
우리는 아직 공개된 자료만으로 조희대의 고의로 거짓말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국민과 국회 앞에서 한 설명이 공식 자료와 충돌한다면, 그 차이를 해소할 바카라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의혹을 해소할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바카라임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대법원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그 기관을 공정하다고 믿고, 그 수장이 정직하다고 인정할 때 비로소 권위가 만들어진다. 권위는 직함으로 강요할 수 없으며, 침묵으로 지킬 수도 없다. 불투명한 돈의 흐름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 쌓이면 가장 높은 자리의 권위부터 무너진다.
조희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격려금 지급의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집행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신의 해명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국민 앞에서 입증할 것인가. 아니면 모호한 설명으로 시간을 끌며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갈 것인가.
법을 어긴 국민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권력기관 내부의 돈 문제에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법치주의는 국민을 통제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법은 약자에게만 엄격하고 강자에게는 관대할 때 정의가 아니라 권력의 언어가 된다.
대법원장이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체면이 아니라 사법부의 신뢰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한 격려금에 문제가 없다면 자료로 증명하라. 해명이 사실이라면 증거로 입증하라. 그것조차 하지 못하면서 사법부의 권위를 말하지 말라. 지금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은 국민의 의혹 제기가 아니라, 그 의혹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사법부 자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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