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가 정당을 신천지로 만드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자유롭게 정당을 선택하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그런데 만약 종교 조직이 신도들을 특정 정당에 집단으로 가입시켜 당내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의사로 움직여야 할 정당이 어느 순간 특정 종교 지도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종교 논란도, 정당 내부의 계파 갈등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과정이 외부의 조직적 지휘에 종속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바로 그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신천지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은 이미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와 기소로 이어졌다. 수사당국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국민의힘의 대선 및 총선 경선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도들의 당원 가입을 강요한 혐의와 관련해 최소 5만6,472명의 가입을 파악했다. 이 총회장과 신천지 간부들은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물론 기소는 유죄 확정과 다르며, 개별 혐의와 정치권의 공모 여부는 증거와 재판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종교 조직의 대규모 당원 가입이 실제 형사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신천지가 윤석열 당시 후보의 당선을 바랐다는 취지의 진술과 당원으로 가입한 신도들의 명단을 후보 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한 정황도 보도됐다. 그렇다고 윤석열의 당선이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교 조직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당원 가입을 조직했다는 혐의가 수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가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국민의힘에서만 벌어졌을까.
2026년 10월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신천지 교인들이 집단으로 당원에 가입한 정황을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주당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가 관련 조사 내용을 지도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보도에서는 3만~5만 명 이상의 집단 가입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다만 민주당은 구체적인 규모와 가입 시기, 조직적 동원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숫자를 확정된 조사 결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신천지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사안을 단순한 정치적 소문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앞서 2026년 8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예비경선을 지원할 목적으로 신천지 신도 30여 명을 당원으로 가입시킨 혐의와 관련해 신천지 간부와 당원 모집을 요청한 예비후보 지지자를 기소했다. 수사당국은 지역의 성전 관련 민원 해결을 돕겠다는 취지로 당원 모집을 요청한 정황을 파악했다. 다만 당시 당국은 이들 외에 민주당이나 신천지 관계자들의 추가 공모를 인정할 만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혐의 역시 재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이처럼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쪽에서 신천지의 당원 가입 및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마다 구체적인 규모와 목적, 입증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피할 수 없다. 종교 조직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정당의 문을 두드리고,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가입시켜 당내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과연 정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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