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앞세운 김규리 마녀사냥의 결과는?

사실 확인을 포기한 언론은 기레기라는 것을 다시 자인했다

byFrancis Lee

태극기가 거꾸로 걸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배우 김규리의 이름이 소환됐다. 김규리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 앞에 태극기가 거꾸로 걸렸으니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온라인에서는 비난이 쏟아졌고, 일부 언론은 이 논란을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정작 확인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무엇이었는가. 누가 태극기를 설치했으며, 김규리 가족이 그 과정에 관여했는가 하는 문제였다.

10월 12일 영암군의 설명은 명확했다. 해당 태극기는 군이 민간단체에 위탁해 설치한 것이며, 김규리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잘못 걸린 태극기는 바로잡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등장했고, 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정치적 공격으로 번졌는가.

이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태극기 게양 오류가 아니다.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특정인을 공격한 일부 온라인 여론, 그리고 의혹을 보도할 때 언론이 져야 할 바카라임의 문제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국기다.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공동체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태극기를 올바르게 게양하고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태극기를 존중하는 것과 태극기를 정치적 공격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태극기가 거꾸로 걸렸다면 바로잡으면 된다. 설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바카라임 소재를 확인하면 된다. 거기에 왜 김규리라는 이름을 끌어들여 정치적 의혹을 만들어내야 했는가.

증거가 없으면 의혹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에게 문제가 생기면 일단 의심부터 한다. 실수는 고의가 되고, 우연은 음모가 되며, 추측은 어느새 확신에 찬 비난으로 바뀐다.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생략되고,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만 남는다.

이것은 애국이 아니다. 정치적 편견을 애국심으로 포장한 행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언론의 바카라임이다. 언론은 온라인에서 떠도는 의혹을 그대로 옮기는 확성기가 아니다. 사실을 검증하고, 주장의 근거를 확인하며, 당사자의 반론을 듣고, 독자가 사건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그 바카라임은 무거워진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은 왜 그렇게 서둘러 기사부터 만드는가.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보다 논란을 기사화하는 일이 먼저라면, 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독자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사람들의 분노와 호기심을 자극해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서인가.

물론 이번 사건을 다룬 모든 언론사가 똑같은 방식으로 보도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보도 시점과 제목, 본문의 표현, 확인된 사실과 미확인 주장을 구분했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어떤 매체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반대되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표현으로 논란을 키웠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매체의 규모가 크고 슬롯적 영향력이 강할수록 사실 확인의 바카라임도 무거워야 한다. 언론사의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의 주장이 검증된 사실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자들은 언론 보도를 신뢰하기 때문에 그 바카라임을 더욱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언론이 의혹을 보도하는 순간, 그 의혹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개인의 게시물에 불과했던 주장이 포털 뉴스에 등장하고, 여러 매체가 이를 반복해서 다루면 사람들은 그것이 상당한 근거를 갖춘 사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러 언론이 같은 의혹을 보도했다고 해서 그 의혹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가 하나인 주장을 수많은 매체가 되풀이해도 근거가 하나뿐이라면,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반복일 뿐이다.

이것이 언론의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보도량이 사실의 무게를 대신하고, 논란의 크기가 증거의 강도를 대신하는 순간 언론은 진실을 밝히는 기관에서 여론을 오염시키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묻는다. 김규리 가족이 태극기를 설치했다는 증거를 확인했는가. 카페 운영자가 게양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는가. 고의적인 행동이었다는 근거가 있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서 의혹만 전달했다면, 그것은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의혹의 유통에 참여한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카페에 전화해서 확인만 하면 된다. 5분도 안 걸릴. 일이다. 그러나 요즘 기레기들은 발로 기사를 쓰는 일은 진작 포기한 것은 물론 전화 한 통 걸 의욕도 힘도 사라진 모양이다.

언론의 자유는 무제한의 면바카라특권이 아니다. 보도할 권리에는 검증할 바카라임이 따른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보도 과정에서 당사자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했다면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 최초 보도는 크게 내보내고 정정은 조용히 처리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잘못된 의혹이 널리 퍼졌다면 바로잡는 사실 역시 그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은 신뢰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인 의혹을 키우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받아쓰며, 사실이 드러난 뒤에는 슬그머니 다른 기사로 넘어가는 언론을 독자들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기레기'라는 거친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이 사실 확인이라는 본분을 저버리고 선정성과 편향성에 매달릴 때, 시민들은 언론을 감시자가 아니라 문제의 일부로 보기 시작한다. 물론 언론 전체를 한 단어로 싸잡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매체가 어떤 사실을 확인했고, 어떤 주장을 검증하지 않았으며, 잘못된 보도에 어떻게 바카라임을 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일이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비판을 피하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일부 극우세력의 정치적 편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보여준다. 그들은 애국심을 독점하려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애국심을 의심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국가의 적처럼 취급하며, 태극기와 같은 국가 상징을 공격의 도구로 사용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느 정파의 소유물이 아니다. 태극기도 어느 정치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수주의와 극우적 정치행동을 구분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는 모든 시민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검증할 의무조차 거부하고,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의심하며, 근거 없는 공격을 애국이라고 착각하는 행태다. 이러한 정치문화가 반복되면 민주주의의 토대인 합리적 토론과 상호 존중은 설 자리를 잃는다.

김규리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든 그것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와 별개다. 그의 공개적인 발언과 활동은 얼마든지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편견에 의한 낙인찍기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했어야 할 것은 간단했다. 태극기를 누가 설치했는가. 카페 운영자가 관여했는가.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도 전에 특정인을 공격했다면 그 공격은 정당성을 잃는다. 언론 역시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의혹만 키웠다면 자신의 취재 과정을 돌아봐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태극기를 바로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을 대하는 태도도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힌 시민은 자신의 주장을 증거로 검증해야 하며, 언론은 자신의 보도를 사실로 검증해야 한다.

태극기를 거꾸로 건 사람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극기를 빌미로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슬롯를 만드는 일이다. 언론사의 간판이 아무리 크고 역사가 오래되었어도 사실 확인을 포기한다면 그 이름만으로 신뢰를 요구할 수 없다.

애국심을 앞세워 타인을 공격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 의혹을 앞세워 조회 수를 올리는 것도 저널리즘이 아니다.

증거 없이 타인을 매도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정치적 증오를 애국으로 포장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받아쓰는 것은 취재가 아니다.

언론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시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언론이 의혹을 키우고 정정에 침묵한다면 그 바카라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태극기를 흔드는 손이 아무리 많아도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애국의 증거가 아니다. 언론사의 간판이 아무리 화려해도 검증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신뢰의 보증서가 아니다.

김규리를 향한 근거 없는 의혹은 바로잡혀야 한다. 사실을 외면한 보도 역시 검증받아야 한다. 누구도 정치적 편견을 이유로 타인의 명예를 짓밟을 권리는 없다.

태극기는 바로 세우면 된다. 그러나 거짓과 편견으로 기울어진 공론장을 바로 세우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 어려운 바카라임을 외면하는 정치세력과 언론이라면, 시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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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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