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극우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극우 정당 AfD와 한국의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단순히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치게 된다.
독일에서 극우 세력은 기존 보수정당인 CDU/CSU, FDP, 진보정당인 SPD, Gruene, 좌파정당인 Linke의 바깥에서 AfD라는 새로운 합법적 정당으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에서 극우의 정치권 진입은 전혀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처럼 독립적인 극우정당을 만들어 기존 보수정당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거대 보수정당 내부로 들어가 그 정당의 언어와 의제를 바꾸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의 극우화를 분석한 여러 연구는 바로 이 점을 한국 극우 세력의 핵심적인 구조적 특징으로 지적한다. 한국은 서유럽처럼 극우가 별도의 정당으로 존재하는 다당제가 아니라 강한 양당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극우 세력이 외부에서 도전하기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2021년 이후 반공주의, 권위주의적 역사관, 극우 유튜브와 일부 개신교 네트워크 등이 국민의힘과 결합하면서 당 내부의 급진화를 진행시켰다고 분석한다.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사태는 이 과정이 단순한 담론 수준을 넘어 헌정질서와 충돌하는 지점까지 갔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독일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독일 AfD는 2025년 연방의회 선거, 곧 총선에서 20.8%를 얻어 152석을 차지했다. 2021년의 83석에서 69석이 증가했다. 2026년 10월 현재 ARD-DeutschlandTREND에서는 AfD가 27%로 다시 최대 정당으로 조사됐다.
작센안할트에서 벌어진 지방 선거 결과는 더욱 극적이다. AfD는 2026년 주의회 선거에서 43.8%를 얻어 압도적인 제1당이 됐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이 얼마나 주류정당에 가까워졌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질문이 다르다.
“주류 보수정당이 어디까지 극우적 의제를 받아들이게 되는가?”
바로 이것이 문제다.
국민의힘이 어느 날 갑자기 극우정당으로 변신할 필요는 없다. 이미 거대한 보수정당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우가 당 밖에 새로운 깃발을 세우는 대신 당 안에서 더 강한 조직력과 열성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고, 당 지도부와 공천 과정, 온라인 여론, 정치적 메시지를 장악한다면 굳이 별도의 정당을 만들 이유가 없다.
한국의 선거제도도 이런 경로에 유리하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 중심의 구조가 강하고, 비례대표제가 충분히 다당제를 뒷받침하지 못해 거대 양당 중심 체제가 강화돼 왔다는 정치학 연구가 있다. 2020년 이후의 선거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두 거대 정당 중심의 체제가 오히려 강화됐으며, 2024년 총선에서도 이런 경향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극우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명백하다.
새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보수정당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동력은 이념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진보적인 민주당이 싫다.”
바로 이 감정이다.
한국의 정치는 오랫동안 정바카라 경쟁과 함께 강한 정서적 적대에 의해 움직여왔다.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에는 민주당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자당의 노선에 불만이 있어도 쉽게 이탈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EAI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떠난 사람들 가운데 58.7%가 ‘당의 지나친 극단성’을 이탈의 주요 이유로 꼽았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럼에도 상당수 유권자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고 당에 남거나 계속 보수 진영에 머문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극우의 정치적 힘이 생긴다.
극우적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반드시 다수일 필요는 없다.
극우적 주장을 싫어하는 보수 유권자가 민주당을 더 싫어하기만 하면 된다.
전통적 보수는 “나는 저런 주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다.
안보 보수는 “그래도 북한 문제에서는 저들이 맞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장자유주의자는 “경제정바카라 때문에라도 민주당을 막아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도 보수는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대안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극우 세력은 보수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자신들의 주장을 당의 주류 의제로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정치의 기준이 바뀐다.
전에는 극우였던 주장이 어느 날부터 “강경 보수”가 된다.
전에는 음모론이라고 비판받던 주장이 “의혹 제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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