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슈만이 브람스의 유일한 뮤즈였다고?

위대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낸다

byFrancis Lee

요하네스 브람스에게 클라라 슈만은 특별한 여성이었다. 이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젊은 브람스가 클라라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그의 편지에서도 확인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1850년대부터 클라라가 세상을 떠난 1896년까지 40년 이상 지속됐다. 음악가와 피아니스트로서 서로의 음악을 이해했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러니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를 위대한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브람스에게 클라라라는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클라라가 브람스에게 유일한 사랑이었고 유일한 뮤즈였으며 브람스의 음악적 영감의 거의 전부였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사적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브람스에게는 아가테 폰 지볼트가 있었다. 1858년 괴팅겐에서 만난 그녀와 브람스는 실제로 사랑에 빠졌고 약혼 단계까지 갔다. 브람스는 그녀에게 “Ich liebe Dich!”라고 썼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다.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고 품에 안고 입 맞추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Fesseln tragen kann ich nicht”, 즉 “나는 속박을 견딜 수 없다”라고 했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브람스 자신의 편지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브람스에게 클라라 외의 사랑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단지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신화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물에 관한 신화는 대개 사실에서 출발한다. 완전히 거짓된 이야기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 하나를 붙잡고 그것을 확대하고 단순화하고 아름답게 다듬는다. 그러면 복잡했던 인간의 삶은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로 변한다.

브람스에게 클라라가 있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브람스가 클라라를 사랑했다.

이것 역시 사실이다.

브람스에게 다른 여성들과의 감정적·연애적 관계가 있었다.

이것도 사료가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세 가지 사실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만 남는다.

“브람스는 클라라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라는 브람스의 유일한 뮤즈였다.”

라는 전설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역사와 신화의 경계가 갈라진다.

사람들은 복잡한 인간보다 단순한 인간을 이해하기 쉽다. 여러 여성을 사랑하고,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시대와 슬롯와 음악적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예술을 만들어낸 브람스보다, 평생 한 여성을 사랑했고 그 사랑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브람스가 훨씬 이해하기 쉽다.

이것이 신화의 힘이다.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음악을 들어야 한다. 악보를 분석해야 하고, 화성과 선율과 형식과 시대적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브람스의 음악에는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라고 말하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설명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복잡한 예술이 하나의 사랑 이야기로 변환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좋아한다.

비슷한 현상은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도 반복된다.

로댕에게 카미유 클로델이 있었다. 피카소에게는 수많은 여성이 있었다. 니체에게는 루 살로메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의 예술이나 사상을 단 한 사람의 여성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니체의 철학이 루 살로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니체에게는 고대 그리스와 고전문헌학, 쇼펜하우어, 바그너, 기독교, 근대 유럽문화에 대한 비판과 수많은 지적 경험이 있었다. 루 살로메와의 관계는 그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니체 철학 전체를 설명하는 하나의 열쇠는 아니다.

피카소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그 여성들이 그의 작품세계에 흔적을 남겼다. 그렇다고 어느 한 여성을 피카소 예술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러 관계와 경험이 그의 창작 세계를 끊임없이 변화시켰다고 보는 것이 훨씬 현실에 가깝다.

그런데 사람들은 ‘복수의 뮤즈’보다 ‘단 하나의 뮤즈’를 좋아한다.

왜일까.

하나의 사랑에는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남이 있고, 사랑이 있고, 장애물이 있고, 이별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죽음이 있다. 특히 사랑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 그 이야기는 더욱 강력해진다.

브람스와 클라라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히려 전설을 강화했다.

만약 브람스가 클라라와 결혼해 평범한 부부로 수십 년을 살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람스-클라라의 전설은 지금보다 훨씬 약했을지도 모른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상상할 공간을 남긴다.

사람들은 그 빈 공간에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실제 인물보다 만들어진 인물이 더 유명해진다.

이것이 위대한 인물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신화는 사실의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신화는 사실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진다.

문제는 신화가 사실보다 더 강력해진다는 데 있다.

브람스에게 클라라가 중요했다는 사실보다 “클라라는 브람스의 유일한 사랑이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더 오래 기억된다. 브람스의 음악 자체보다 브람스와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가 먼저 소비된다. 음악을 듣지 않은 사람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알고 있다.

결국 우리는 예술가를 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 이야기로 이해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대중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위대한 인물을 신화화하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인간적인 복잡성을 제거한다. 실패도 제거하고 모순도 제거하고 다른 인간관계도 제거한다. 수많은 경험이 한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하나의 원인으로 축소한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그 인물을 더욱 위대하게 만든다.

“한 사람만을 사랑한 천재.”

“한 여성을 평생 잊지 못한 음악가.”

“사랑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예술가.”

이런 문장은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해서 반드시 역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위대한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가테도 사랑했다. 다른 여성들에게도 매력을 느꼈고 정신적인 친밀감을 경험했다. 수많은 음악가와 지식인과 예술가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사랑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과 역사와 음악이라는 거대한 세계와의 충돌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 복잡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클라라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클라라를 ‘유일한 뮤즈’라는 신화에서 해방시켜 실제 인간으로 바라볼 때 그녀가 브람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클라라는 브람스의 유일한 사랑이어서 위대한 것이 아니다.

브람스의 삶에서 수많은 인간관계와 경험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4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음악과 우정과 사랑과 존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역사는 복잡하다.

신화는 단순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개 복잡한 역사보다 단순한 신화를 기억한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에게는 위대한 신화가 따라붙는다.

문제는 신화가 너무 강력해지는 순간부터다. 그때 우리는 실제 브람스를 잃어버리고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브람스’라는 하나의 캐릭터만 기억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위대한 인간을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천재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그에게 하나의 사랑을 붙여준다.

하나의 상처를 붙여준다.

하나의 사건을 붙여준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은 하나의 사랑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위대한 예술 역시 하나의 뮤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클라라는 브람스의 유일한 뮤즈가 아니었다.

그녀가 특별했던 것은 ‘유일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적 경험 속에서도 끝내 브람스의 삶과 음악에 가장 오래, 가장 깊게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복잡성을 견디는 것, 그것이 전설이 아니라 역사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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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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