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이재명, 우리끼리만으로는 재집권 못 한다고?

구조적 다수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실천이 필요하다

byFrancis Lee

정치적 인기는 권력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장기 집권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지층의 열광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지만,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하려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끼리만으로는 재집권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면, 그것은 필요한 정치적 성찰이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의 역사는 진보 진영에 불편한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진보 진영의 후보가 절대다수의 득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없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과 국민 다수의 정치적 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진보 진영이 이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집권 전략도 세울 수 없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과정부터 돌아보자.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40.3%를 얻어 당선됐다. 이회창 후보는 38.7%, 이인제 후보는 19.2%를 얻었다. 이인제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거나 보수 진영의 표가 이회창 후보에게 결집했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는 민주화 세력의 결집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뿐 아니라 보수 진영의 분열이라는 선거 구도도 크게 작용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당선 역시 진보 진영이 압도적인 다수를 확보한 결과는 아니었다. 노무현 후보는 48.9%, 이회창 후보는 46.6%를 얻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2.3%p였다. 노무현 후보의 승리에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선거 막판 단일화 파기 이후의 지지층 결집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따라서 이 선거를 단순히 보수 후보 분열의 결과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보수 진영의 결집 여부와 진보 진영의 연합 전략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2025년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에서도 이러한 현실은 다시 확인됐다. 이재명 후보는 49.42%를 얻었지만, 김문수 후보는 41.15%, 이준석 후보는 8.34%를 얻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49.49%로 이재명 후보보다 0.07%p 높았다. 물론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모두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결집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을 전통적인 보수층과 동일시하는 것도 무리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진보 진영이 자기 지지층만으로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두고 진보 진영의 승리가 우연이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에게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적 역량이 있었고, 이재명에게도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다. 문제는 개별 선거에서 승리한 원인을 장기적인 집권 능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과 국민 다수의 지속적인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중요한 것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에 도취해 국민 다수가 자신의 정바카라과 노선을 지지한다고 착각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정을 맡게 되었다는 뜻이지, 국민 전체가 자신의 정치적 세계관에 동의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구조적 다수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핵심 지지층의 결속만으로는 부족하며,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까지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구조적 다수론이 단순히 재집권을 위한 선거 전략이라면 그 설득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의 연장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은 이제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 왜 자신의 지지층을 넘어 더 넓은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가. 보수 진영의 선동 때문인가. 언론 환경이 불리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바카라과 정치적 태도에도 국민의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가.

불리한 외부 환경만 탓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정치적 반대자들이 모두 무지하거나 기득권의 대변자이기 때문에 진보 진영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금과 재정에 대한 우려, 부동산과 자산 형성의 불안, 일자리와 노후에 대한 걱정, 안보와 외교에 대한 견해 차이 등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우려를 무조건 보수 이념이나 기득권의 논리로 치부한다면 설득의 기회부터 잃게 된다.

진보가 계속 집권하고 싶다면 먼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바카라을 만들어야 한다. 집값과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면 실제로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을 완화해야 한다. 불평등을 줄이겠다고 했다면 구호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과 자산 격차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겠다면 재원과 지속 가능성까지 설명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이야기한다면 기업과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인지,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인지, 국가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를 함께 판단한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정바카라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 때마다 국민을 향해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작 개혁의 성과를 체감하게 하지 못한다면, 재집권은커녕 기존 지지층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

정치적 언어와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의와 상식을 이야기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지와 악의만을 뒤집어씌우는 정치는 슬롯를 통합할 수 없다. 정치적 비판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불리한 지적을 적대적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며, 자신의 진영에 불리한 문제에는 침묵한다면 어떻게 중도층의 신뢰를 얻겠는가. 자기편의 잘못을 비판할 수 없는 정당은 국민 전체를 대표할 자격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구조적 다수론의 진정성이 시험받는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을 포용한다는 말이 선거가 다가왔을 때만 사용하는 전략적 수사라면 국민은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정바카라이라도 부작용이 확인되면 수정하고, 야당의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지지층이 반대하더라도 국가 전체에 필요한 개혁을 추진한다면 비로소 폭넓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진보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보수의 요구에 무조건 맞추라는 뜻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 슬롯적 약자에 대한 보호, 공정한 기회, 복지와 슬롯적 연대라는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집권을 추구한다면 집권의 목적 자체가 사라진다. 필요한 것은 원칙의 포기가 아니라 원칙을 실현하는 방법의 혁신이다. 진보의 가치를 지키되 그 정바카라이 더 많은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슬롯적 약자를 보호하면서도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불평등을 줄이면서도 성실하게 일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의 정당한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 전략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한다.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수치를 얻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계층이 왜 지지를 철회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홍보를 강화하고 메시지를 바꾸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정바카라의 실패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청년층이 등을 돌렸다면 청년의 삶을 실제로 개선했는지 돌아봐야 하고, 중산층이 불안해한다면 세금과 주거, 교육, 노후 문제에 대한 정바카라을 재검토해야 한다.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 있는 정바카라을 만들려면 그들의 걱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권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바카라의 목표와 비용, 기대 효과를 사전에 공개하고 시행 이후에는 실제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 성과가 좋지 않다면 바카라임자를 문바카라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정바카라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정권에 유리한 통계만 선택하고 불리한 결과는 외면하는 순간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정부가 자기 진영의 평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때 비로소 정치적 지지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다. 구조적 다수론이 진정한 국가 운영 철학이라면 국정 운영에서 먼저 실천해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장애물로만 취급하지 말고 합리적인 협력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해야 할 국민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정바카라에 대한 비판을 국정 개선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을 행사할 때도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과 다수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진보 진영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도 자신이 여전히 국민의 일부만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는 국민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일정한 기간 국정을 맡긴 위임이다. 그 위임을 다음 선거에서도 얻고 싶다면 지난번의 승리를 반복할 방법부터 찾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무엇에 실망했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다시 배워야 한다.

정치적 인기는 변한다. 지지율은 오르고 내리며, 한때 열광했던 지지층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으면 등을 돌린다. 상대 진영의 실수나 분열이 선거 승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상대의 실패가 자신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당선에서 보았듯이 선거 구도와 후보 간 경쟁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조건이 다음 선거에서도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상대 진영의 분열에 기대어 집권을 이어가려는 정치는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조적 다수론을 말하려면 먼저 자신의 정치가 얼마나 많은 국민을 실제로 설득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진보 진영 역시 자신들이 옳다는 확신만으로는 국민의 다수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집권을 계속하고 싶다면 인기 관리가 아니라 정바카라의 질을 높이고, 진영 논리가 아니라 슬롯적 합의를 만들며, 말이 아니라 성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우리끼리만으로는 재집권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끼리의 숫자를 늘리겠다는 계산만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 큰 진영이 아니라 더 나은 국가다. 구조적 다수론은 선거공학으로 만들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민들이 정바카라의 결과를 신뢰할 때 형성되는 슬롯적 합의다. 이재명 대통령과 진보 진영이 그 사실을 실천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구조적 다수론은 재집권을 위한 또 하나의 구호로 끝날 것이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42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9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암살자(들)〉을 보지도 않고 흥분하는 2030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