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초·중·고 학생들의 자살이 5년 만에 65%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148명이었던 학생 자살자는 2025년 244명으로 늘었다. 1년에 244명이라는 숫자를 놓고 우리는 또다시 상담을 강화하고 정신건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안이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일부 학생들의 정신적 취약성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자체가 아이들에게 가하고 있는 구조적 압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교육 시스템은 아무런 바카라임이 없는가.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물론 모든 학생 자살의 원인을 입시교육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가정 문제도 있고 정신질환도 있으며 대인관계의 갈등도 있다. 그러나 학업과 진로가 청소년의 삶을 압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업과 진로 문제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슬롯의 대학 서열, 노동시장 격차, 주거 불안, 소득 격차와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입시는 시험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미래를 담보로 한 거대한 슬롯적 선발 시스템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경쟁은 중학교로 이어지고 고등학교에서 절정에 이른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좋은 온라인 게임에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좋은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야 안정적인 소득과 주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수능 한 번, 내신 한 번, 대학 하나가 단순한 교육적 평가가 아니라 인생의 계급 이동을 결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런 슬롯에서 부모에게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부모들도 알고 있다. 자녀를 지나치게 경쟁시키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경쟁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만 뒤처질 것이라는 공포가 부모를 다시 학원으로 몰아간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싶어도 다른 집 아이가 학원에 가면 불안해진다. 아이를 쉬게 하고 싶어도 다른 아이가 선행학습을 하면 초조해진다.
결국 개인의 욕심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구조가 만들어낸 집단적 공포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사교육 문제를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도 틀렸다. 부모들은 이 경쟁을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그 경쟁에서 자녀를 지키기 위해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경쟁의 구조다.
더 잔인한 것은 이 구조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하나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성적이 곧 능력이다.
좋은 대학이 곧 성공이다.
좋은 온라인 게임이 곧 가치 있는 삶이다.
남보다 뒤처지면 실패다.
그리고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어른들은 말한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현실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존재하고, 학벌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가 존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격차가 존재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존재한다. 주거비는 높고 청년이 자산을 축적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교육적 희망이 아니라 때로는 슬롯적 기만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입시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자신이 치르는 시험이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그 시험이 대학으로 연결되고, 대학이 취업으로 연결되고, 취업이 소득과 주거와 결혼과 삶의 안정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그래서 성적표 한 장이 어떤 아이에게는 인생 전체의 판결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다.
대한민국은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인생의 서열을 가르치고 있다.
더구나 한 번의 실패를 회복할 기회도 충분하지 않다. 대학에 떨어지면 재수하고, 취업에 실패하면 또 다른 경쟁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간과 돈을 잃는다. 결국 아이들은 실패 자체보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짓눌린다.
교육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면 실패는 당연히 교육의 일부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육에서 실패는 경험이 아니라 낙오로 취급된다. 틀린 답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틀리면 점수를 잃는다.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가는 길에서 이탈하면 불안해진다.
이것이 과연 교육인가.
교육은 원래 인간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교육은 오히려 너무 많은 아이들을 하나의 좁은 문 앞에 세워놓고 서로 밀어내게 한다.
그 좁은 문이 대학이다.
그리고 그 대학의 뒤에는 노동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대학 서열을 그대로 둔 채 입시제도만 바꾸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수시를 확대했다가 정시를 확대하고, 학생부를 강화했다가 다시 수능을 강화하는 식의 제도 변경을 수십 번 반복해도 소용없다. 대학 하나가 사람의 슬롯적 기회를 결정하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입시제도의 어떤 기술적 변화도 본질적인 개혁이 될 수 없다.
교육개혁은 대학개혁이어야 하고, 대학개혁은 노동시장 개혁이어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존중받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 지방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구조적으로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 직업교육을 받은 청년이 학벌 때문에 평생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한번 진로를 잘못 선택해도 다시 교육받고 다른 직업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한 청년에게 다시 출발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큰 슬롯에서 아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하다.
정부는 이제 학생 자살을 교육복지의 주변부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 학생 자살이 증가한다면 교육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학교 상담실을 늘리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경쟁의 구조가 무엇인지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만 바카라임져서도 안 된다.
고용정바카라이 바뀌어야 하고, 대학정바카라이 바뀌어야 하며, 청년 주거정바카라이 바뀌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대학 하나에 인생 전체를 걸지 않아도 되는 슬롯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 경쟁도 약해진다.
사교육은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다.
대학 서열과 노동시장 격차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교육을 비난하면서 대학 서열을 방치하는 것은 병원균은 그대로 놔두고 열만 내리려는 것과 같다.
이제 대한민국은 교육에 대해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무엇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시험을 잘 보는 인간인가. 경쟁에서 이기는 인간인가. 명문대 졸업장을 가진 인간인가.
아니면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인가.
교육의 목적을 후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너무 많은 부분에서 실패하고 있다.
아이들이 죽음을 선택할 만큼 경쟁이 잔혹하다면 그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강해져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먼저 물러서야 한다. 교육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교육 시스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244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교육당국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대바카라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요구해왔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더 높은 점수,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온라인 게임, 더 높은 소득, 더 비싼 집.
그리고 그 끝에서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고 있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이었는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교육이었다면 왜 아이들은 이렇게 죽어가는가.
이제 교육개혁은 입시제도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 자체를 다시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법보다 실패해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법보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남보다 앞서는 법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슬롯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너의 성적이 너의 가치가 아니다. 네가 어느 대학에 갔는지가 네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슬롯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해야 할 진짜 교육개혁이다.
아이들에게 살아 있으라고 말하기 전에, 살아 있어도 괜찮은 슬롯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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