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독일의 실패에서 배울 수 있을까?

경제 발전은 생존의 문제이다

byFrancis Lee

독일에서 지금 매우 불편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기계 등 독일 제조업계의 경영자들이 주 35시간 근무제를 사실상 폐기하고 주 40시간 근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것도 임금을 더 주지 않고 5시간을 더 일하자는 것이다. 독일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약 49.5유로로 EU 평균 33.7유로보다 47%나 높다. 반면 헝가리의 노동비용은 15.6유로에 불과하다. 독일 산업생산은 2017년 말 정점 이후 15%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독일 노동자들이 너무 적게 일한다”는 이야기로 이해한다면 독일이 왜 위기에 빠졌는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독일 경제의 진짜 위기는 노동시간이 아니라 성장모델의 붕괴에 있다.


한때 독일은 세계가 부러워하던 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 거대한 중국시장,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술, 숙련된 노동력,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 그리고 노동과 자본이 타협하는 슬롯적 시장경제가 서로 맞물려 있었다. 독일은 굳이 미국처럼 금융시장을 지배할 필요도 없었고, 중국처럼 값싼 노동력에 의존할 필요도 없었다. 좋은 자동차와 기계, 화학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팔면 됐다.


그런데 세계가 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값싼 러시아 에너지는 더 이상 독일 경제의 안전판이 되지 못했다. 중국은 독일 제품을 사주는 최대의 시장에서 독일과 경쟁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변했다. 특히 자동차와 기계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은 과거의 ‘저가 제품’ 수준을 넘어 독일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역시 독일 수출경제에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독일 연방은행도 최근 수출 부진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독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초 이후 크게 떨어졌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지금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 35시간 대 주 40시간 논쟁은 사실 노동시간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이것은 “독일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다.


더 일해야 하는가?

아니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35시간 일해서 100을 생산하던 경제가 경쟁력을 잃었다고 해서 40시간 일해서 100을 생산하는 경제로 돌아가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바카라이 아니다. 독일 산업계가 말하는 것처럼 노동시간을 14%가량 늘리고 임금총액을 그대로 유지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단위노동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생산성 혁신의 대안이 아니라 생산성 위기를 노동자의 시간으로 메우는 방식일 뿐이다.


물론 독일에게 노동시간과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짧은 편이며,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독일 정부 역시 노동시장과 연금제도를 손질하면서 경제활동을 늘리려 하고 있다.


문제는 방향이다.


독일이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AI와 로봇을 활용하고,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전력과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바꾸며, 교육과 직업훈련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OECD도 독일에서 디지털·녹색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재교육과 숙련 향상이 필요하지만 성인교육 참여가 낮고, 약 300만 명의 청년층이 제대로 된 직업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독일의 문제는 ‘게으른 노동자’가 아니라 ‘낡은 성장방식’이다.


여기에서 한국은 독일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 바라볼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은 독일보다 더 긴장해야 한다.


한국 경제 역시 지금까지 수출 제조업이라는 강력한 엔진으로 성장해왔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이 한국 경제를 끌어왔다. 그러나 한국 역시 중국의 추격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이제 한국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인 동시에 한국 제품을 대체하는 경쟁자가 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구나 한국에는 독일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인구다.


OECD는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노동공급 확대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그래도 이민을 통해 노동력 부족을 일부 보완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사람이 줄어드는 경제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결국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논쟁도 근본적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생을 이야기하고, 현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조정하고, 부동산 대바카라을 내놓고,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한다. 물론 이러한 정바카라들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능력을 만들 수 없다.


경제성장률 2%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이 얼마인가가 중요하다.


정부의 공식적인 2026년 성장전략은 소비 회복과 반도체 수출을 기반으로 약 2%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OECD 역시 2026년 한국의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성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과 한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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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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