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어도 원칙은 바뀔 수 없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국민의 비판과 우려를 “존중하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고, 자신도 “깊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여권 내부에서 용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던 분위기와는 분명 온도 차이가 난다.
김민석 대표가 정말 용혜인을 버리려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민주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단순한 정치공세로 치부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로는 읽힌다.
그렇다면 이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민주당은 과거 자신들이 상대 진영의 인사들에게 요구했던 기준을 자신들의 인사에게도 적용할 것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인사검증을 이야기할 때 법적인 하자만 따지지 않았다. 도덕성, 공정성, 이해충돌, 과거 발언과 행적, 국민 눈높이까지 폭넓게 문제 삼았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이라도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면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잣대가 권력을 잡은 뒤에도 살아 있느냐는 것이다.
상대 진영의 인사에게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면서 자기편의 인사에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한다면 국민은 이를 원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이중잣대다.
내 편의 잘못에는 사정을 설명하고, 상대편의 잘못에는 원칙을 들이대는 순간 정치적 판단은 공정성을 잃는다. 인사검증 역시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진영의 충성도를 확인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용혜인 후보자 문제도 바로 이 지점에서 봐야 한다.
용 후보자가 유능한 정치인인지, 특정 정바카라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라도 공직자로서 제기된 논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국민에게 공정하다”는 말은 같지 않다.
장관은 정당의 전리품이 아니다.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국가의 정바카라을 집행하는 자리다. 따라서 장관 인사는 정치적 필요보다 국민에게 설명 가능한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 민주당의 과거가 현재를 시험한다.
과거 민주당이 보수 정권의 인사에게 요구했던 잣대가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반대로 지금은 그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국민 앞에서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원칙이라 주장했던 것을 지금은 상황론으로 바꾼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 순간 국민이 보는 것은 정바카라의 차이가 아니라 권력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이다.
김민석 대표의 이번 발언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는 용혜인 후보자를 무조건 방어하지 않았다. 국민의 비판과 우려를 인정했고,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단순한 여론 무마용 발언인지, 아니면 실제 재검토의 신호인지는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용혜인을 지킬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먼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그 기준이 공개되고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면 임명도 가능하고 철회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기준의 일관성이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편이기 때문에 지킨다”는 정치와 결별하고, “우리 편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검증한다”는 원칙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거 자신들이 상대 진영에 적용했던 기준을 자기편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장관 인사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인사검증과 진영정치의 이중잣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치는 결국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같은 상황에서 자기편과 상대편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정권은 바뀔 수 있다. 여당과 야당도 바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까지 바뀐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다.
김민석 대표가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용혜인이 아니다.
민주당이 과거에 말했던 원칙을 오늘도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민이 지켜보는 것은 용혜인의 거취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권력을 얻은 뒤에도 자신들이 야당 시절 국민에게 약속했던 기준을 지킬 수 있는지, 바로 그것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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