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헝가리에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당(MKKP)’이라는 정당이 있다. 이름부터 장난스럽다. 빨간 눈에 줄무늬 넥타이를 맨 회색 강아지, 그것도 꼬리가 두 개다. 처음에는 정치적 농담에 불과했다. 무료 맥주와 영생을 약속하고, 아무것도 짓지 않은 공터에 “20년 동안 아무것도 짓지 않았다”는 표지판을 세웠다. 정치인들의 황당한 공약을 더 황당한 공약으로 되받아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이 정치적 지지가 되었으며, 마침내 지방의회와 구청장까지 배출했다. 2024년 지방선거에서는 51개의 지방의회 의석을 얻었고, 부다페스트 12구에서는 당 대표 게르게이 코바치가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다.
이들은 더 이상 웃기는 정당에 머물지 않았다.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국회 진출을 목표로 본격적인 전국정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스스로도 “2006년의 농담 정당에서 2026년의 행동하는 정당으로 변했다”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단순한 헝가리의 특이한 정치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한국 정치가 깊이 들여다봐야 할 하나의 거울이다.
왜 사람들은 정치인을 웃음거리로 만들던 정당을 실제 정치세력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성 정치가 너무 진지한 척하면서 정작 국민의 삶을 제대로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국가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민생을 이야기하고, 개혁을 이야기하고, 국민통합을 이야기한다. 선거 때마다 역사적인 변화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한다.
그런데 정작 시민이 사는 동네의 망가진 보도블록 하나, 방치된 공간 하나, 불편한 생활시설 하나를 고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MKKP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대단한 정치를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
이것이 이 정당의 진짜 혁명이다.
웃음이 혁명인 것이 아니다.
정치의 출발점을 권력에서 시민으로 돌려놓았다는 것이 혁명이다.
MKKP는 스스로를 ‘행동하는 정당’이라고 규정한다. 자발적인 지역 조직에서 출발해 지방정치, 지방정부 운영, 전국정치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만큼만 권력을 요구하고, 가능한 일은 직접 행동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한국 정치에 상당히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정당들은 국민을 얼마나 정치의 주체로 생각하고 있는가?
한국 정당의 당원은 많다. 그러나 당원들이 자기 동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정치문화는 빈약하다. 정당 활동은 선거운동과 당내 경선, 정치인의 지지와 반대, 온라인 논쟁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가 시민의 생활 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치인의 세계로 끌려 올라간다.
그 결과 정치참여는 점점 팬덤화된다.
정치인을 좋아하면 그 정치인이 옳고, 정치인을 싫어하면 그 정치인이 하는 모든 것이 틀린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것은 정치적 소비다.
정치인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소비하는 것이다.
MKKP가 보여주는 정치의 방식은 이와 다르다. 학술 연구에서도 이들의 풍자는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권력의 행태를 드러내고 정치적 냉소와 양극화를 완화하는 교정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여기에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한국 정치에는 웃음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웃음은 넘쳐난다.
유튜브에도 정치 풍자가 넘치고, 정치인을 조롱하는 콘텐츠도 넘쳐난다. 문제는 그 웃음이 시민의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치인을 조롱하면서도 결국 또 다른 정치인을 영웅으로 만든다.
MKKP는 그 반대다.
정치인을 웃음거리로 만든 뒤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준다.
이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 슬롯에는 이미 그러한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첫째,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되어 있다.
둘째,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가 모든 시민의 정치적 욕구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기존 정당에 가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넷째,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거대한 이념이나 정치적 구호보다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다섯째, 디지털 기술은 과거와 달리 소규모 시민들이 스스로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시민행동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그 정당은 단순한 ‘한국판 강아지당’이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을 조롱하고 기성 정당을 비웃는 것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처음에는 웃음이 사람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남게 하는 것은 성과다.
MKKP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들은 풍자를 넘어 실제 지역 문제에 개입했고, 지방정치에서 성과를 쌓았다. 연구자들이 이들의 정당성을 ‘지역 인프라 개선과 시민행동을 통해 형성되는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런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거대한 대통령 공약보다 동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가의 모든 문제에 답하려 하기보다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치인을 숭배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들의 지도자도 끊임없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진영의 하위 조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보수의 팬덤도 아니고 진보의 팬덤도 아니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쪽이 누구든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에 가깝다.
민주주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권력을 잡는 체제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권력을 잡더라도 그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체제다.
그래서 한국에서 출현해야 할 새로운 정당은 ‘반민주당’이나 ‘반국민의힘’ 같은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반권력 정당’이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친시민 정당’이어야 한다.
이것은 전혀 다른 정치다.
나는 오히려 한국에서 이런 정당이 등장한다면 기존 정당들에게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기존 정당들은 정치적 갈등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악당이어야 지지자들이 결집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민행동정당은 상대방을 악마로 만드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
그 순간 정치의 문법 자체가 달라진다.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느냐”가 정치의 평가 기준이 된다.
이것은 지금 한국 정치에 가장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정치가 너무 거대해졌다.
대통령, 국회, 정당, 검찰, 사법부, 언론, 선거가 모든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반면 시민의 일상은 정치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 결과 국민은 정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하지만 자신이 정치의 주체라는 감각을 잃어버렸다.
MKKP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단순하다.
정치는 거대한 권력을 차지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정당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작고 가볍고 웃기지만, 정직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정당일 수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들을 비웃을 것이다.
“정치가 장난이냐”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기존 정치도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정치가 과연 국민에게 진지한 정치인가?”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는 처음에는 웃음거리였다.
하지만 그 강아지는 지금 헝가리 정치의 한 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진짜 혁명이다.
혁명은 언제나 거창한 구호와 함께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더 이상 기존의 정치 언어를 믿지 않을 때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가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
한국 정치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새로운 영웅이 아니다.
바로 이런 시민들이다.
정치인을 믿기보다 서로를 믿고, 정당의 명령보다 자신의 판단을 중시하며, 권력을 차지하기보다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시하는 시민들.
그들이 모여 하나의 정당을 만든다면 어떨까.
어쩌면 그때 한국에서도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가 나타날지 모른다.
처음에는 웃음으로 시작하겠지만, 끝에는 정치의 문법을 바꾸는 정당으로 성장하는 강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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