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나리’가 생각한 게 겨우 ‘폐버스 청년주택’?

이래서 청년들이 민주당 기득권층에 분노하는 것이다

byFrancis Lee

정치인의 정바카라은 그 정치인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정바카라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 안에는 국민의 삶에 대한 이해와 철학, 현실 감각, 그리고 정치적 상상력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철회한 ‘폐버스 청년주택’ 구상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기득권층이 청년의 현실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황 의원은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주변 청년들에게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이른바 ‘버스 하우스’를 제안했다. 폐기되는 버스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얼핏 보면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처럼 보일 수 있다. 버스 한 대를 개조하는 데 약 5000만 원이 들고 1만 세대를 공급하면 약 5000억 원이면 가능하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그러나 청년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새로운 주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따져봐야 할 것은 폐버스를 주택으로 바꾸는 기술적 가능성이 아니다. 핵심은 왜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해법이 하필 폐버스였느냐는 것이다.


청년들이 지금 집이 없어서 버스를 집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가. 아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호화로운 아파트도 아니고 특별한 특혜도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서 일한 대가로 받은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집에서 사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살 수 있고, 결혼을 결정하면 가정을 꾸릴 수 있으며,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상적인 주거환경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청년주거 대바카라이라고 내놓은 것이 폐버스라면 청년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구나 버스를 실제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려면 단열과 환기, 냉난방, 소방과 전기, 상하수도, 사생활 보호, 부지 확보, 주차와 관리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버스 내부에 침대와 바카라상을 넣는다고 집이 되는 것이 아니다. 폐버스를 주거공간으로 만드는 비용을 계산하면서 정작 그 공간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정바카라이라기보다 탁상 위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에 가깝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발상 속에 청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무의식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혹시 정치권에는 이런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닌가. 청년은 아직 젊으니까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돈이 없으니까 좁은 곳에서 살아도 된다. 결혼하지 않았으니까 임시주거면 충분하다. 슬롯 초년생이니까 제대로 된 주거를 요구할 형편이 아니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선 때문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사실 때문에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정치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데 분노한다.


오늘날 청년의 삶을 보라.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취업해도 서울과 수도권의 월세는 월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독립하려면 보증금이 필요하고, 결혼하려면 집이 필요하며, 아이를 낳으려면 더 넓은 집과 교육비가 필요하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 사이의 출발선은 갈수록 벌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인이 “폐버스를 개조하면 5000만 원에 청년주택을 만들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청년들은 정바카라의 실현 가능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정말 우리를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묻게 된다.


바로 그 질문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한국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집은 자산이고, 자산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다. 기성세대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마련하고 그 주택의 가치 상승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오늘날 청년들은 소득만으로는 주택가격 상승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 문제를 오랫동안 단순한 ‘주거복지’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청년에게 임대료를 일부 지원하고,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이런 정바카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단순히 지금 당장 월세를 내는 일이 아니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금의 소득으로는 집을 살 수 없고, 부모의 지원이 없으면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고, 결혼을 하면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지고, 아이를 낳으면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청년에게 몇십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청년주거 문제는 부동산 문제이면서 동시에 세대 문제이고, 노동 문제이며, 자산 문제다. 그리고 여기에서 민주당의 청년정바카라 실패가 시작된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불평등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자산 격차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서 정바카라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청년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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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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