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프로파일러 : 범인 없는 사건

by매콤한 사탕

한유는 경찰서 로비를 지나다 전신거울 앞에 멈춰 섰다. 그는 편안해 보이는 크림색 스웨터에 남색 면바지 차림이었다. 바로 정신감정에 들어갈 줄 알았던 피의자는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본인 방을 닭피로 칠했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현병 환자를 무리하게 범인으로 몰았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반드시 프로파일러가 자백을 받아내야 했다. 한유는 콧등으로 흘러내린 뿔테안경을 추켜올렸다. 긴장한 눈빛이 굵은 뿔테안경에 가려 침착해 보였다.


어이없게도 살인을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니트릴 장갑에 페인트 작업복을 입고, 온몸에 비닐 랩까지 꽁꽁 싸맨 덕에 지문을 비롯한 DNA 증거는 전무했다. 사건 현장의 모든 문과 창이 열려있었지만, 주변에 인가라고는 그 집 하나뿐인 외진 곳이라 목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 탐문 조사 결과, 근처 바닷가에서 환하게 불 켜진 그 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각, 영하의 날씨에 어두컴컴한 백사장을 찾은 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만약 피의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었더라면 살인사건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조용히 묻혔을 것이다. 한유는 조사실 문을 두드렸다. 장 형사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병원에서 9시까지 온다니까 그전에 끝내."


장 형사의 큼지막한 손이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더니 조사실 옆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유는 문이 활짝 열려있는 조사실 안으로 들어섰다. 조사실 조명은 평범한 형광등이었지만, 피의자의 독특한 자세가 기묘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사관 지한유입니다. 석진 씨 이야기를 들으려고 왔어요."


피의자 이석진은 꼽추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아래턱이 가슴에 닿도록 고개를 숙인 채 눈만 치켜떠 한유를 올려다보았다. 20대 중반이었지만 깡마르고 왜소한 몸에 유난히 새하얀 얼굴이 소년 같아 보였다.


"형사님한테 들었어요. 경찰 아니고 프로파일러시라고..."


장 형사의 말을 전해 들으며 한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피의자 앞에서도 경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건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저 병원에서 해본 적 있어요. 심리상담 같은 거"

"어젯밤 일에 대해서 들려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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