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은 한유가 피곤하고 지칠 때면 되풀이해서 꾸는 악몽이었다. 어릴 때 살던 집은 저택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저택은 일본인들이 지은 적산가옥을 신식으로 개조한 것이라고 했다. 한유는 문을 열고 주방으로 들어섰다. 조리도구들 사이로 새까만 나무 칼집이 눈에 들어왔다. 손 하나가 조리대에서 불쑥 올라와 칼집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한유는 재빨리 주방 문을 열고 도망쳤다. 이 저택은 주방과 식당, 거실과 복도, 계단까지 구역이 끝나는 곳에는 반드시 잠기는 문이 있었다. 모든 공간이 완벽히 분리되는 구조의 집. 누가 왜 이런 집을 만들었을까? 문을 열고, 잠그고, 열고, 잠그고, 그를 뒤쫓던 손은 칼로 잠긴 문을 모조리 쪼개었다. 도망치며 뒤돌아보니 칼은 어느새 서슬진 도끼로 변해있었다.
한유는 거실을 지나 부모님 방에서 여동생 방으로, 이층에 있는 자기 방을 지나 형의 방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어찌 된 일인지 더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급히 뒤돌아봤지만 들어왔던 문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둠과 적막뿐이었다. 어디선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가 천장의 더럽고 끈끈한 거미줄을 비추었다. 기이하게도 이 시점부터 한유는 제3자가 되어 자신을 지켜볼 수 있다. 꿈속에선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다던데... 공포에 질린 눈 아래서 입꼬리가 코끝까지 쭈욱 올라와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한유는 무섭지 않았다. 저택 악몽은 늘 같은 결말로 끝나니까... 크고 따뜻한 두 손이 낚아채듯 한유를 꽉 끌어안았다.
"한유야, 지한유! 눈떠 봐!"
한유는 어느새 자신의 몸속에서 눈을 떴다.
"형아… 형아!"
한유는 형의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윤호가 한유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형이야. 이제 괜찮아. 꼬맹아."
윤호는 그 집에서 유일하게 한유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새아버지의 아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열다섯 살 차이 나는 의붓형이었다.
새벽 3시, 전화벨이 울렸다. 한유는 잠긴 목을 가다듬어보았지만, 메마른 목구멍에서 잔뜩 쉰 소리가 올라왔다.
"네, 서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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