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 선택의 이면 들춰보기

by프리여니v

‘완벽해 보이려고 한다는 건 그 안에 덮고 싶은 무언가가 더 많다는 의미는 아닐까?’ 영화 《헬프》를 인상 깊게 보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다.


잘 사는 백인들과 그들의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에서, 완벽하고 잘 사는 모습을 ‘보이려고’ 집착할수록 그 내면에 둔 그림자는 더 짙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백인 우월주의에 가득 찬 허영 덩어리 힐리의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 그런 생각이 스쳤다.


심리학자 칼 융은 그의 저서 《심리학과 종교》(1938)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자신이 상상하거나 원하듯이 그리 선한 존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그림자를 가지고 다니며, 그것이 개인의 의식적인 삶에 덜 구현될수록 더욱 검고 짙어진다. 만약 열등함이 의식된다면 언제든 교정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억압되어 의식으로부터 고립된다면 절대 교정되지 않으며,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 갑자기 폭발하기 쉽다.”


이 글은 독일을 중심으로 나치즘과 파시즘이 맹렬하게 결집하던 시기에 쓰였다. 융은 지성적이고 교양 있다고 자부하던 유럽인들이 순식간에 집단적 광기와 폭력에 휩싸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전체주의 세력이 대중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적 공격성과 열등감, 즉 ‘집단적 그림자’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하다’ 고만 믿고 내면의 어둠을 마주하지 않은 대중은 그 그림자를 외부의 적에게 투사하여 잔혹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역사 속 대중뿐일까. 개인으로 넘어와도 우리는 늘 스스로 선하거나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현대 슬롯에 신분 제도는 사라졌지만 부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뜨겁다. 잘 사는 것, 혹은 그런 삶을 보이고 싶어 하는 열망은 얼마나 더 치열해지고 있는가.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내면의 그림자를 직시해야 한다. 오래전 칼 융이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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