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내 안의 행성 돌보기

by프리여니v

우주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행성들이 있다. 그중 몇 가지 행성의 특성을 꼽자면 이렇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은 대기가 없어 낮에는 섭씨 430도까지 타오르고 밤에는 영하 180도까지 떨어지는 극단적인 냉정과 열정의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그 이웃인 금성은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 속에 열을 가두어 평균 460도가 넘는 황산 비 내리는 지옥을 숨긴 채 밤하늘의 아름다운 샛별로 위장하고 있다.


또 인류의 다음 고향으로 꼽히는 화성은 온통 녹슨 철로 뒤덮여 붉고 황량해 보이지만, 지구처럼 24시간의 하루와 계절의 변화를 지닌 채 먼 옛날 물이 흐르던 기억을 품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그다음 태양계 외곽으로 나아가면, 태양계의 맏형인 목성은 지구를 1,300개나 삼킬 수 있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표면에 초거대 폭풍인 ‘대적점’을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가공할 에너지를 뿜어낸다. 토성은 우주에서 가장 매혹적인 얼음과 먼지의 반지를 두른 채 빛나는데, 덩치는 거대하지만 정작 물보다 밀도가 낮아 거대한 바다가 있다면 튜브처럼 둥둥 뜰 수 있는 반전의 가벼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AI 생성 이미지


이처럼 밤낮으로 온도가 널을 뛰는 수성부터 땅도 없이 폭풍으로 살아가는 목성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독특한 존재 이유를 빛내는 행성들의 모습은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을 더욱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채워준다.




그리고 나는 이런 먼 우주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내 안에서도 여러 특성을 지닌 행성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 안의 다양한 행성들이 각각의 특성을 뽐내며 말을 건네왔기 때문이다. 요즘 나의 상황은 이러하다.


요즘 나는 하루 종일 몸을 써야 하는 쿠팡 알바를 시작했다. 비로소 내 길을 찾아 다시 학생으로 돌아온 나는, 시간이 많이 남는 방학이 되면 생활비도 벌고 자아효능감도 높이기 위해 알바를 해야겠다고 꾸준히 ‘생각’은 해왔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여러 시련을 겪어낸 끝에 마침내 행동에 나서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그 결과는 놀라울 만큼 달콤했다. 누군가는 힘들다고 금세 도망쳐 버리는 이 고된 노동으로부터 오는 돈벌이를 나는 기꺼이 즐겁게 해내고 있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일은 신성하게 느껴졌고, 이로 인해 돈을 버니 마음까지 풍요로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급이 익일 입금된다는 점이 당장의 생활을 꾸려가는 데 무척 이롭게 다가온다.


그런데 바로 이때, 내 안에서 다르게 말을 건네오는 두 자아를 마주한다. 먼저 자아 A의 말은 이런 식이다.


A: 현실을 봐. 월세도 밀리고 관리비도 밀렸지? 이번에 번 돈으로 얼른 갚는 데 매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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