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하게 분류할수록 해결이 수월해진다.

by프리여니v

말소리를 듣고 내뱉는 과정을 심리언어학적으로 분석한 ‘말처리 모형(Psycholinguistic Framework; Stackhouse & Wells, 1997)’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말-언어 및 읽기·쓰기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분석하고 중재하기 위한 모델로, 단어의 입력부터 머릿속 표상, 그리고 최종 산출까지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도식화한 구조다.


이 모형은 우리 머릿속에 크게 세 가지의 언어 창고(입력 처리-어휘 표상-출력 처리)가 존재한다고 본다. 먼저 ‘입력 처리 단계’에서는 귀로 들어온 말소리가 정확히 무슨 발음인지 구별하고 분석한다. 다음으로 ‘어휘 표상 단계’는 머릿속에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저장해 둔 기억 공간이다. 이곳에는 단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음운적 형태, 그리고 입을 움직일 때의 조음 감각 등이 유기적으로 함께 저장된다. 마지막으로 ‘출력 처리 단계’에서는 저장된 단어를 다시 꺼내어 입술, 혀, 성대를 어떻게 움직여 소리를 낼지 계획하고 실제로 발음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즉, 우리가 말을 듣고 내뱉기까지의 전 과정을 단순히 뭉뚱그려진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밀한 필터들을 거쳐 일어나는 정교한 작업으로 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어떤 사람이 “사과”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다고 하자. 가장 먼저 청각 기관을 통해 소리가 유입되면, ① 이 소리가 의미 없는 소음인지 언어적인 말소리인지 구별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다음 ② “사”와 “과”라는 자음과 모음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음소 단위로 인식한다. ③ 머릿속 단어 창고에서 ‘사과’라는 어휘 표상을 찾아내어 그 시각적 이미지나 뜻과 매칭을 시키고, ④ 사과를 다시 입 밖으로 발음하기 위해 혀와 입술의 근육을 어떻게 움직일지 말 운동 계획을 수립한다. 이러한 일련의 필터를 전부 무사히 거친 뒤에야 ⑤ 실제로 “사과”라는 말이 입 밖으로 선명하게 산출되는 것이다.


이와 결을 같이하는 이론으로 레벨트(Levelt)의 ‘어휘 경로(Lexical Access)’ 모형이 있다. 우리가 특정 사물을 보고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말하기까지 거치는 심리언어학적 단계를 설명하는 모델로, 크게 네 가지 경로로 나뉜다.


첫째는 ‘의미 체계 및 의미 처리’ 단계로, 눈앞에 보이는 사물의 개념과 본질적인 의미를 인지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어휘집 및 어휘 선택’ 단계로, 활성화된 의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단어의 형태를 마음속 어휘집에서 검색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음운 체계 및 음운 부호화’ 단계로, 선택된 단어를 실제로 발음하기 위해 음소들을 순서대로 조립하고 배열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운동 계획 및 조음’ 단계에 이르러, 조립된 음운 정보를 바탕으로 입술, 혀, 후두 등의 조음 근육을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로 말소리를 내뱉는 최종 단계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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