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가 무르익는 시간”
어린 시절, 우리 집 뒷밭에는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앵두나무는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3~4월쯤부터 초록색의 작은 열매를 내놓기 시작하는데, 이 열매들이 빨갛고 탐스럽게 익기 위해서는 5월 중순쯤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주 달콤하고 새콤한 앵두의 참맛을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앵두가 무르익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조급하게 굴면 그 예쁘고 맛난 앵두를 만나기란 어렵다. 어떤 열매든지 마찬가지다. 열매에게는 온전히 익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정규과정 속에서 영어를 12년이나 배워왔지만 여전히 표현에는 서툰 많은 한국인에게,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대답이 있다. “언어는 일단 무조건 많이 뱉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틀리든 맞든 일단 말을 막 던져본 이들은 틀릴까 맞을까 속으로만 계산을 하고 있는 이들에 비해 회화 실력이 월등히 늘어난다. 어쨌든 언어는 결국 표현을 위한 것이고, 표현이란 말 그대로 밖으로 표출해 내어야 하는 근본적인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이미 기본적인 인풋(Input)을 배웠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말은 즉, 이제 막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동에게는 무조건 뱉는 방법이 덜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언어는 표현에 앞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한 말을 비로소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가 내면화되어 스스로 꺼내놓을 수 있을 만큼 무르익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마치 열매가 무르익듯 말이다.
실제로 언어치료 기법을 배우다 보면 ‘시간지연 기법(Time-Delay Procedure)’이라는 것이 있다. 이 기법은 아동이 스스로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대표적인 환경 중심 언어중재 기법이다. 치료사와 아동이 함께 활동을 하거나 대상을 쳐다보다가, 아동이 언어적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치료사가 침묵하며 3~5초, 길게는 10초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이때 아동은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하거나 말하면 좋을지를 스스로 생각해 봄으로써,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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