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것을 미덕으로, 희생을 숭고한 사랑으로 여기던 시대를 오래 지나온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젠 희생하지 않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나를 최우선으로 삼고 살 거야.’ 나는 그 변곡점을 지나온 세대로서, 희생을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자기 존중’에 대한 갈망이 무르익은 사람이다. 그래서 몸으로는 여전히 희생을 실천하면서도, 머리로는 ‘내가 좋은 게 최고야’라고 쉴 새 없이 되뇐다.
마음을 돌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지난 글에서 나는 좋아하는 일을 고찰해 보길 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와 정반대처럼 보이는, ‘싫어하는 일을 확장하기’를 권하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을 마주한다. 마음의 선호도에 따라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로 나누곤 하지만, 사실 우리 앞에 일어나는 일은 그저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삶을 마주하는 관점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러나 보통 우리는 어떤 실수를 저지르는가? “이건 좋아하는 일이니까 늘 이것만 일어났으면 좋겠어. 저건 싫어하는 일이니까 평생 내 인생에서 아웃되길…!” 우리는 늘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듯한 삶을 부러워하고, 고생이란 모를 것 같은 삶을 우러러보며, 내 앞길에서 싫어하는 일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 또한 그랬다. 싫어하는 일을 마주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대표적인 예로 ‘글쓰기’가 그렇다. 내 글쓰기 스타일은 영감형에 가깝다. 머리든 마음이든 불현듯 영감이 떠올라야만 펜을 잡는다. 쓸 때의 나는 완벽한 몰입 속에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나의 고질적인 성격 중 하나는 성과형이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만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글을 쓴다고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가? 돈이나 명예가 따르는가?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두 성향의 괴리는 그 틈 사이로 지독한 불행을 안겨준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기분. 나는 불쑥 자기 연민에 빠져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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