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꿈 일기 쓰기

by프리여니v

만약 내 앞에 그림 도구가 놓인다면 나는 무슨 그림을 그릴까. 웃는 얼굴, 햇살, 꽃, 강아지, 촛불…. 그리고 나는 꼭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작은 별들을 그리고 싶다. 그 단순한 그림에는 무릇 위대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무수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때로 나는 그 이야기들이 세상의 매체에서 쏟아지는 타인의 것이라 착각하지만, 이내 깨닫고 만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은 내 안에서 무르익고 있는 중이라는 걸 말이다.


나는 화장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런데 화장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애타게 찾다 드디어 하나를 발견하지만, 그곳은 너무 더럽고 좁다. 게다가 들어서자마자 나는 곧 맨발이 되고 만다. 너무도 찝찝한 기분으로 어떻게든 볼일을 보려 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아무리 벗으려고 애를 써도 바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 것이다. 혹은 개인 공간이 전혀 없는 공용 화장실이거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장소라 차마 하의를 내릴 수 없어 부끄러움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이 내용은 한동안 내가 반복해서 꾼 꿈이다. 이 꿈은 무려 2년 가까이 비슷한 흐름으로 나를 찾아왔다. 정신건강전문의 김현철 원장은 그의 저서 《어젯밤 꿈이 내게 말하는 것》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내 마음속에서 덜어내야 하지만, 정작 쉽사리 하지 못하는 힘들고 어려운 심정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볼일을 제때 보지 못하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면 내 마음 안에 있는 분노나 증오가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다. 당시 나는 지독한 방황기였다. 늘 나를 찾아 헤맸고, 마음에는 우울과 분노를 가득 안고 있었다.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며 억울함에 치를 떨었고, 열심히 살아온 것에 비해 손에 쥐어진 것이 없음에 분노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숨이 막혔다. 꿈은 그런 내 심정의 반영인 동시에, 어떻게든 비워내려는 내면의 정화 작용이었을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꿈을 통해 내가 고수해 온 성격의 단면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성격과 항문 에로티시즘》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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