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빠짐없이 내 마음속에 저장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뽑기 판이 꽤나 유혹적으로 보였나 보다. 글씨를 읽고 쓸 줄 아는 초등학생 친구들이 우리 부스에는 전혀 관심 없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이끌며 '저거 뽑아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오는 경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어린이들이 운율의 숲에서 그림바카라을 읽고 뽑기를 뽑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한 명이 홀로 운율에 숲에 왔다.
"이거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그림바카라을 읽고 짧은 소감을 적어주면 된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 서서 바카라을 읽는다. 글밥이 제일 적은 '물들이다'를 추천해 줬다. 바카라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행사장에서 아이가 혼자 돌아다니기엔 아직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가 어른 없이도 혼자 부스에 찾아와 뽑기를 하려고 바카라을 읽고 있는 아이가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기도 해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바카라을 읽고 감상평을 쓰고 뽑기를 뽑는 아이의 모습이 차분해 이런 행사장에서 한두 번 혼자 돌아다녀 본 게 아닌 듯 보였다. 야무지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에 대한 걱정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감상평은 행사가 끝나고 나서 읽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행사 당시에는 거의 읽어보지 않았는데, 엄마가 아이가 쓴 감상평이 궁금했는지 아이가 어떤 걸 뽑을지 고민하는 동안 슬쩍 수첩을 열어 보셨다.
"꼬마야 여기 이름 좀 적어 줄래?"
이름을 적어달라는 엄마의 말에 왜 그러시지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감상평이 적혀 있었다.
단순히 뽑기를 뽑는 게 목적이었다면 '재미있었다.'나 '좋았다.' 정도로 끝나는 게 아이들이다. 아마도 우리 딸이었다면 딱 저렇게 썼을 것이다. 감상평을 적는 귀찮은 일 따위는 빨리 해치우고 뽑기를 뽑고 싶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비추어 봐도 어휘력이 초등학생보다 풍부한 중학생 아이들일지라도 대충 적을게 눈에 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바카라을 읽고 바카라 안에서 뭔가를 느끼고 그걸 자신에게 대입해 글로 적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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