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6일

직성의 시간 안에서

by새벽숲

화장실로 가는 발걸음, 영혼은 침대에 두고 온 것 같은 멍한 몸을 무겁게 이끈다. 배설하는 행위는 뇌가 깨어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본능적인 일인가. 갑자기 인식한다. 냉장고에 있는 단호박을 데우고 냉동실에서 보코치니를 꺼낸다. 아보카도는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껍질을 까서 먹기 좋게 자르고 토마토를 반달처럼 잘라 준비한다. 아보카도 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후추를 뿌려 마무리하고 말린 푸룬을 몇 조각 올려 두유와 함께 먹는다. 아침을 준비하는 것도 본능적인 행위이다. 뇌가 미쳐 깨기 전에 이미 손은 움직이고 있다. 아침을 먹고는 바로 조울증 약을 먹는다. 약을 먹는 행위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행동이다. 씻지 않고 잠시 침대로 간다. 에너지를 모아 본다. 에너지가 모아지면 씻는다. 씻는 행위는 좀처럼 본능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슬롯적인 행동임에 분명하다. 씻는 행위는 일종의 노동으로 느껴진다. 갑자기 노동이란 무엇인가 생각이 된다. 노동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건 더 근원적인 물음이다. 노동이란 왜 노동이라 불리워졌을까? 노동이란 단어에는 왜 무게감이 실려 있는 걸까. 왜 노동은 깃털처럼 가볍다거나 생각할수록 기쁘다거나 그런 종류의 단어에 포함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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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가도 세상을 구하고 싶다가도 그럽니다. 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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