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의 시간 안에서
프린터기를 고쳤다. 서비스센터에 고이 안고 가서 전담기사테이블에 올려놓으니 기사는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내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 이만 보내줄 때가 되었다고 했다. 중간에 노즐이 세기 시작하면 인쇄에 문제가 생기고 그걸 교체하는 비용은 새 프린터기를 사는 값과 같다는 것이다. 아 제가 잉크를 잘못 넣어서 센 줄 알았는데요..... 내 말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노즐을 교체하지 않더라도 현재 헤더를 교체하는 비용이 7만 원 정확히는 69,500원이 드는데 생각 잘해보시라는 것이다. 잠시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 프린터기는 나의 사업초반에 고생을 엄청 많이 한 프린터기로 두 번째 프린터기를 구매하기 전까지 두 번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고 헤더를 교체했었던 이력이 있었다. 두 번째 프린터기는 사무실을 정리하며 중고로 판매를 하고 이것만 지금 집까지 함께 온 것이다. 소설을 프린트해서 재정렬할 필요가 있었다. 두서없이 나열한 초고를 챕터별로 분류를 하고 눈에 보이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서비스센터에 3번째로 간 것인데 이젠 정말 놓아주어야 할 때일까? 잠시 프린터기를 가격들을 검색해 본다. 그리 부담되지는 않는 수준들이었다. 새 걸로 사는 것이 마땅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마지막으로 이 프린터기와 함께 하고 싶었다. 수리를 부탁드렸다. 50장에서 100장 정도 뽑으면 더 이상 출력이 안될 수 있다고 마지막 경고를 하는 기사의 말에 저도 모험을 해보겠다고 했다. 다만 칼라를 쓸 이유는 없을 거 같아 블랙만 교체해달라고 하니 가격은 41,500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프린터기를 집으로 데려왔다. 소설을 뽑았다. 50장이 훌쩍 넘었지만 잘 출력이 되었다.
내 계획은 그랬다. 출력한 소설을 구조별로 나눠 자르고 붙여 한눈에 보기 쉽게 벽한쪽을 장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서비스센터를 다녀오고 나니 모든 에너지는 소진되어 있었다. 난 몇 장 자르지도 못하고 잠에 들었다.
오늘 모두 자르는 작업을 완료하고 나니 구조중에 한쪽으로만 내용이 기울어진 게 보였다. 아 부족한 부분의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 두통이 온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직선의 시간 안에서 오래된 프린터기와 함께 소설을 진행해 가며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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