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은 왜 자라고 잘리는가.

직선의 시간 안에서

by새벽숲

손톱이 자랐다. 거슬렸다. 참았다. 그러다가 잘랐다. 딱딱하게 잘려나가는 손톱을 보고 있자니 손톱이라는 존재가 궁금해졌다. 넌 왜 생겨난거고 너의 효용은 무엇인지 신에게 물어 볼 수는 없으니 ai에게 물어 본다. 자료들을 조사한다. 아 손톱은 머리카락과 같은 존재이구나. 탁탁탁 손톱때문에 키보드가 빠르게 쳐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손톱을 왜 잘라야 할까 잘라도 잘라도 자라나는 손톱은 왜 손끝에 달려있는건가 그 끈질긴 생명력은 어쩌면 살려달라는 신호와 같은걸까 클로드와 함께 손톱에 관한 철학적사유 그리고 문학의 예를 찾아 취합하였다.


https://taupe-clafoutis-397e10.netlify.app/


손톱은 죽어있는 나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Nails & Time · A Short Inquiry

손톱은 왜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는가

몸속에도 시계가 있다면, 아마 가장 작고 가장 정직한 시계는 손톱일 것이다.

몸 안에는 우리가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손가락마다 다른 속도로 돌아간다. 손톱은 발톱보다 두 배 넘게 빨리 자라고, 서른두 살의 손톱은 예순일곱 살의 손톱보다 빨리 자라며, 여름의 손톱은 겨울보다 빨리 자란다. 임신한 몸의 손톱은 평소보다 서둘러 자라지만, 정작 오른손이 왼손보다 빨리 자라는지 —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정말 성장을 재촉하는지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그리고 죽은 몸의 손톱은,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과 달리 단 1밀리미터도 자라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작은 시계가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지를 과학의 언어로 따라가 본 뒤, 그 사실이 몸과 정체성, 그리고 시간 그 자체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철학과 문학의 언어로 다시 읽어본다.


01손톱은 왜 자라고 잘리는가

02손가락마다 다른 속도

03나이, 계절, 몸이 바꾸는 속도

04죽음도 멈추지 못한다는 착각

05살아있으면서 죽어있는 것

06테세우스의 배, 그리고 손톱

07의지가 닿지 않는 시간

08손톱을 소재로 한 문학

―결론



인체 생리학 · 기원과 기능 · 손톱이라는 도구

손톱은 왜 자라고, 왜 잘리는가 —
멈추지 않는 작은 공장


2주에 한 번쯤, 우리는 별생각 없이 손톱깎이를 집어 든다. 그런데 조금만 따져보면 이상한 일이다. 머리카락은 자르지 않고 평생 기르는 사람도 있고, 피부의 각질은 굳이 손대지 않아도 매일 눈에 보이지 않게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왜 손톱만은 다듬지 않으면 계속 앞으로 밀려 나오기만 할 뿐, 스스로 떨어지는 법이 없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손톱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봐야 한다.

손톱을 만드는 공장은 우리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손톱 뿌리 쪽, 큐티클 아래 감춰진 '기질(matrix)'이라는 살아있는 조직이 그 정체다. 손톱 밑동에 비치는 옅은 반달 모양(루눌라)이 이 기질의 앞쪽 끝이다. 기질 세포는 쉬지 않고 분열하며 새로운 세포를 계속 만들어내고, 먼저 태어난 세포는 뒤이어 태어난 세포에게 자리를 밀려 손끝 쪽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이동하는 동안 세포는 핵을 잃고 딱딱한 케라틴 단백질로 가득 채워지는데, 이 과정을 '각화(keratinization)'라 부른다. 우리가 매일 보고 다듬는 단단한 손톱판은, 결국 기질이라는 살아있는 작은 공장이 매 순간 만들어 몸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산출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 산출물은 피부처럼 저절로 떨어지지 않을까. 피부의 가장 바깥층 역시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죽은 세포는 낱장의 비늘처럼 느슨하게 겹쳐 있다가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 우리가 매일 씻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각질이다. 반면 손톱의 죽은 세포는 그렇게 흩어지지 않는다. 기질에서 만들어진 세포들은 여러 층으로 빽빽하게 결합해 하나의 연속된 단단한 판을 이루고, 그 판은 낱개로 떨어지는 대신 통째로 손끝을 향해 계속 밀려 나갈 뿐이다. 다시 말해 손톱에는 스스로 멈추거나 떨어져 나가는 장치가 없다. 기질이 살아서 세포를 계속 만드는 한, 손톱은 이론적으로 영원히 자라난다. 실제로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손톱을 자르지 않은 사람들의 기록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1,306.58cm다이애나 암스트롱, 1997년 이후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두 손 손톱의 총 길이


9.85m멜빈 부스, 역대 남성 두 손 손톱 총합 최장 기록


34년루 콩 후옌이 손톱을 한 번도 자르지 않고 기른 기간


그렇다면 몸은 왜 애써 이런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일까. 답은 손톱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톱은 원래 발톱이 아니라 '발톱보다 앞선' 무언가, 즉 발톱이었다. 나무 위에서 살아가던 초기 영장류의 조상은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있었지만, 가늘고 유연한 나뭇가지를 붙잡기에는 오히려 뾰족한 발톱보다 넓적하고 평평한 손끝이 유리했다. 그 결과 발톱은 점차 납작하고 넓게 펴진 손발톱으로 진화했고, 그 아래 손가락 마디뼈도 함께 넓어지며 예민한 촉각을 지닌 널찍한 손끝 살을 떠받치게 되었다. 손톱은 이렇게 넓어진 손끝을 위에서 눌러 받쳐주는 단단한 받침판 역할을 한다 — 손끝의 압력수용기는 물건을 쥘 때 이 손톱에 눌리며 접촉면의 방향과 세기를 더 정교하게 감지한다. 손톱이 없다면 우리는 바늘을 집거나 작은 단추를 채우는 일조차 지금처럼 정교하게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손톱이 자라고, 또 그것을 잘라야 하는 상황은 하나의 짝을 이루는 두 가지 사실에서 비롯된다. 기질이라는 살아있는 조직은 손끝을 보호하고 정교한 손동작을 돕기 위해 케라틴 판을 쉬지 않고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판은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법이 없기에 우리가 주기적으로 개입해 길이를 정리해야 한다. 즉 손톱을 깎는 행위는 몸이 시작한 일을 우리가 마무리 짓는 일이다. 그리고 이 '멈추지 않는 작은 공장'이 만들어내는 산출물의 속도는 모두에게 똑같지 않다 — 어떤 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보다 빠르게 자라고, 나이가 들면 느려지며,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제 그 속도의 차이를 들여다볼 차례다.




인체 생리학 · 손톱 성장의 불균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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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가도 세상을 구하고 싶다가도 그럽니다. 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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