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도 찾고, 물고기도 찾고

방콕 3일 차

by일화

“어? 낚시한다.”



KakaoTalk_20261023_003050000.jpg낚시 하는 거 구경 중인 아빠


아시안티크에서 돌아와 사판탁신 선착장에서 숙소로 향하고 있던 길이었다. 현지인들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미 구글맵에 여러 낚시터를 저장하고 오긴 했지만, 아빠가 가장 강력하게 원했던 것은 바로 현지인들이 낚시하는 이런 수로 낚시이긴 했다. 아빠와 나는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아빠는 그들이 낚시하는 것을 구경하고, 우리는 그들이 사용하는 미끼에 대해서 물어봤다. 거의 손짓발짓으로 하는 의사소통이었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미끼를 나는 얼른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 미끼를 사기 위해 낚시용품점을 찾아 나섰다.


“검색하는데 죄다 생선 가게만 나와 가지고 내가 얼마나 애 먹었는 줄 알아?”


내가 구글맵을 뒤지고 뒤져서 저장해 둔 낚시용품점을 찾아가는 길. 주변에 딱히 강이 보이는 곳도 아니고, 가게가 있을 거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아빠가 여기가 맞냐고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나 힘들게 찾은 곳인데 그럴 리가 없다며 나는 씩씩하게 앞장을 섰다.


“그거 작년에 띄워 놓은 거 아니야? 폐업했어요 하고.”


아빠의 짓궂은 농담이 현실이 되면 안 되는데 생각하는 순간, 낚시용품점이 보였다.


“있잖아. 낚시 가게!”


아빠가 가게 안에서 상품들을 구경하는 동안, 나는 찍어온 떡밥 사진을 점원에게 보여주었다. 딸랑구 투어의 진가가 발휘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원하는 낚시를 위한 준비까지 착착 진행시키는 가이드의 솜씨가 제법 괜찮았다고 자평한다.


“짝두짝 시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완벽한 쇼핑 투어였다. 가이드가 안내한 다음 코스는 짝두짝 시장이었다. 아빠는 평소 동묘 시장을 한 달에 한 번은 가실 만큼 시장 구경을 좋아하시는 편이다. 아빠가 아이쇼핑 자체를 좀 즐기시는 편이라서 부녀지간임에도 아빠와 쇼핑 다니는 걸 좋아한다. 물론 아빠는 돈을 쓰시는 데는 확고한 자기 기준이 있으셔서 내가 충동구매는 할 수 없다. 젊은 시절 직접 청바지를 리폼해 입으셨을 만큼 패션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짝두짝 구경은 아빠에게 딱이었다. 시장에 도착했을 때 비가 쏟아져 내려서 우리는 우선 시장 안쪽 가게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아빠의 발길은 여러 번 멈췄다. 특이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파는 가게, 가죽 공방이 있는 가게, 밀리터리 스타일의 제품을 리폼하는 가게, 각종 팔찌를 팔던 액세서리 가게 등. 역시나 아빠의 흥미를 끄는 가게들이 많았다.


“여기서 신발 하나 사.”


그러다 아빠가 한 샌들 가게 앞에서 멈췄다. 애초에 나도 짝두짝에서 여행 기간 신을 샌들 하나를 살 생각이긴 했다. 매장에 있는 여러 신발 중에서 두 개를 선택해 신어보았고, 나는 아빠가 괜찮다고 하는 쪽을 택했다. 결국 시장에 와서 제일 처음 산 것은 내 신발이었다.


“해골 티셔츠나 하나 살까?”


시장에서 아빠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티셔츠를 파는 매장 앞에 섰다. 아빠는 크고 특이한 그림이 있는 티셔츠를 잘 사시는 편인데, 그 매장이 딱 그랬다.


“커톤카~. 안니~. 타올라이카? 성러이카?”


사람을 부르고, 가격을 묻는 정도의 태국어는 하고 싶어서 열심히 외워 온 태국어로 아빠의 티셔츠 구매를 성사시켰다. 물론 태국 여행의 장점은 간단한 영어로 소통해도 된다는 점이지만, 어쩐지 아빠 앞에서 더 든든한 딸이 되고 싶어서 나는 내내 간단한 회화는 태국어를 쓰려고 했다. 예전에 아빠를 모시고 일본에 갔을 때, 내 앞에선 별말이 없으셨던 아빠가 엄마에겐 나만 있으면 일본은 걱정이 없겠다고 말하며 뿌듯해하셨던 것을 기억했다. 짧은 회화라도 외국어를 하는 자식을 보는 게 부모님껜 작은 이벤트이니까.


이후로 시장을 돌면서 팔찌 가게에서 아빠와 나는 팔찌를 샀다. 아빠가 팔찌를 즐겨 하시기 때문에 여러 원석 팔찌를 사셨고, 나는 내가 착용할 것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용을 몇 개 골랐다. 그리고 엄마의 심부름이었던 이모들 코끼리 바지를 왕창 사고, 아빠와 내가 입을 코끼리 바지도 샀다. 짝두짝이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다 돌기는 무리가 있었고 충분히 구경을 했다 싶었을 쯤에 우리는 시장을 나섰다.


점심때가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지상철을 타러 가는 길목이 좁아서 내가 먼저 앞장서서 가고 있었는데,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미아를 찾습니다. 미아를!”

어디쯤에서 놓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러다 자칫 아빠를 국제 미아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 놀라 뒤를 돌아 찾는데, 한쪽 옆길에서 가방 구경을 하고 서있는 아빠를 보았다. 나는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아빠를 찍었다. 멈출 거 같으면 앞서 가는 나를 불러 세웠어야지라고 툴툴대며 다시 걸었다. 지상철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아빠가 오는 것을 확인하고 위로 올라가 역 안으로 향하는데, 또 기분이 이상했다. 사람의 촉은 무시를 못한다. 뒤를 돌아보니 또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외길이었기 때문에 잠시 멈춰 서서 있었더니 아빠가 뒤늦게 오는 게 보였다.


“미아! 또 어디로 사라졌었어!”

“하하 사진 찍느라.”


시장에서 아빠를 잃어버릴 뻔한 딸은 정말 놀랐는데, 아빠는 허허 웃을 뿐이었다. 짝두짝에서 지상철을 타고 우리는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내가 좋아하는 체인 음식점에서 풋팟퐁커리를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간의 휴식을 청했다. 오늘 밤엔 드디어 아빠가 기다리던 낚시를 할 수 있었다.

20251101_140546.jpg조금 늦은 점심



사판탁신역, 낚시 첫날.


“이 시각에 어딜 가십니까?”
“밥 먹으러 가요.”
“밥 먹으러 가는 데 차림이 왜 이렇습니까?”
“밥도 주러 가요.”
“누구한테요?”
“물고기한테요.”


드디어 아빠가 낚시 장비를 챙겨 들고 나섰다. 아빠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우리는 숙소 근처 야시장에서 저녁 겸 먹을 간식을 사 들고, 전날 봐두었던 장소로 향했다. 아빠는 혹시나 낚시할 자리가 없을까 염려하셨다. 공간이 많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낚싯대를 둘 자리가 몇 자리밖에 나오지 않을 거라며 걱정하셨다. 얼마나 낚시를 하고 싶으셨던 건지...


아빠의 우려와 달리 우리가 도착했을 땐, 낚시꾼이 한 사람 있을 뿐이었다. 아빠는 잠시 장소를 둘러보신 후 자리를 잡으셨다. 아빠는 아침에 사 온 떡밥에다 어제 현지인에게 얻은 팁으로 같이 챙겨 온 식빵을 잘 뭉쳐서 미끼를 만드셨다.


“크게 달아 줘야지. 많이 먹으라고.”

“많이 먹으라고 해?”

“많이 먹고 얹혀가지고 떠라.”


KakaoTalk_20261023_003318066.jpg낚시 준비 중인 아빠
KakaoTalk_20261023_003552266.jpg노숙인 아닙니다. 낚시꾼 아빠를 기다리는 딸입니다.


낚시 준비를 하면서 아빠가 농담을 했고, 나는 옆에서 키득이며 웃었다. 아빠의 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나는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아빠가 낚시로 세월을 낚는 동안 나는 열심히 간식을 먹었다. 낚시꾼 아빠를 둔 딸에겐 익숙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서너 시간 정도 그곳에서 아빠는 낚시를 즐겼다. 나는 야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좀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태국에 왔으니 야시장을 좀 즐겨야지 생각했었고 일정도 잡아 두었지만, 낚싯대를 던지면서 즐거워하는 아빠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첫날, 아빠는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그래도 기분은 무척 즐거워 보이셨다. 아빠 옆에서 낚시를 하던 한 남자가 있었는데, 아빠는 그 사람이 잡은 물고기를 잠시 구경했다. 우리는 그와 그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딸랑구투어 가이드의 메모


https://maps.app.goo.gl/LKYFyVrShV2VTF49A

Have A Zeed 는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프렌차이즈 식당입니다. 방콕에 방문할 때마다 한 번은 꼭 가는데요. 개인적으로 푸팟퐁커리를 너무 좋아하는데, 게 껍질을 바르는게 너무 귀찮아요! 여긴 살이 다 발라져서 나와서 편해서 즐겨 갑니다. 프렌차이즈라서 매장이 여러 곳에 있고 기본적인 맛의 퀄리티도 보장이 됩니다.


https://maps.app.goo.gl/SDcUDjbLQrphTYdF8


혹시나 낚시 용품점을 찾으실 분이 있을까요? 한국어와 영어로 여러번 검색을 했는데 제 구글링 실력으로는 점포를 많이 못 찾았어요. 저희가 방문했던 낚시 용품점은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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