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선택도 후회도 이제는 그만
이력서를 쓰려고 꺼내둔 서류들로 어지러워진 바카라상을 보다가 지난 명함과 경력증명서, 자격증을 마주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을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은 백수네.’
‘조금만 더 버틸걸.’
‘왜 그렇게 성급하게 그만뒀을까.’
지난 선택을 되짚으며 또 나를 탓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자바카라이 올라오지 않았다.
서류를 한 장씩 넘기다 보니 그때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는 도망친 게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봤다.
고민할 만큼 고민했다.
버틸 만큼 버텼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 그때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돌이켜보면 지나간 시간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 안에서 쌓은 경험과 실패, 배움은 내 안에 차곡히 쌓였다.
어쩌면 후회가 줄어드는 순간은
과거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게 되는 때가 아니라,
그때의 나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이해하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바카라상 위 서류를 정리해 다시 상자에 넣었다.
13년의 기록도 필요한 것들만 남겼다.
과거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으로 가져갈 것만 남기기 위해서.
그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조금 더 버텼어야 했는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이제는 계속 따져 묻지 않기로 했다.
내 노력들 앞에서 내가 나를 평가하고 달달 볶는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내가 노력해 온 시간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