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엄마는 [엄마의 유산]을 쓰면서 두렵다!
삶의 자세, 정신
어쩌면 삶 전체를 증거로 내놓고 써야 하는 글이라서.
그래도 쓰는 이유를
오늘 말하려 해.
엄마가 '엄마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너희에게 편지를 쓴지가
벌써 2년이 넘었어.
매주 1통은 무조건 썼으니
100통이 넘은지 한참이야.
물론 그 중 30통의 편지는 이미 바카라으로 출간되었고.
뜻이 있는 엄마 작가들이
계승하며 이어가고 있어.
엄마가 이렇게 계속 쓰는 이유가
그만큼 잔소리가 많아서일까.
어른이 된 너희들에게 걱정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지금의 세태에 남기고 싶고, 남겨야만 할 앎이 많아서일까.
다 아니야.
엄마는 잔소리도 걱정도, 앎도 잘 몰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어.
엄마가 살아온 경험을
너희에게 답처럼 건네고 싶지는 않다는 것.
1년만에 한국에 온 네가 며칠 전 말했지.
“1년만에 치킨값이 왜 이렇게 올랐어?”
“치킨값만 올랐겠어? 다 올랐지. 화폐가치가 그만큼 떨어진거지.”
라고 엄마가 답했구.
그리고 대화는 기축통화인 달러에서 1년에 얼마를 벌어야 할지까지
현실적인 삶으로 밀도 있게 이어졌어.
엄마는 그런 대화가 참 좋다.
무지한 엄마라도 분명히 아는 것은 있거든.
엄마가 어렸을 때 500원이던 자장면이 지금은 만 원 가까이 되었다는 것.
20년 동안 화폐가치는 계속 흔들리며 하락했다는 것.
그런데 말이야...
엄마는 어느 순간
돈보다 더 무섭게 하락하는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바로
인간의 정신이야.
사람들은 몸값을 올리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정보를 찾고, 스펙을 쌓지.
하지만
정신의 기축이 무너지면
많이 가진 사람도 쉽게 흔들리고
많이 아는 사람도 방향을 잃더라.
그래서 엄마는
너희에게 자꾸만 정신 이야기를 하나 봐.
세상을 보는 기준.
흔들릴 때 다시 돌아올 자리.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중심.
엄마는 그걸 남기고 싶은 거야.
엄마의 편지는
그저 일상을 나누고,
부탁을 하고,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란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결코 변해서는 안 되는 가치.
그걸 너희 삶 안에 남기고 싶은 거야.
여러 번 말했지만
사람은 몸이 아프면
어떻게든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만
정신이 무너지면
살아갈 이유 자체를 잃어버리기도 해.
환경보다 더 우선해서
정신이 삶을 움직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엄마는
이 편지들을 단순한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엄마는 이 편지들로
너희에게
영혼의 모유를 먹인다고 생각해.
너희에게 젖을 먹일 때
엄마는 아파도, 잠이 와도 오로지 너희를 먹였거든
그렇게
너희가 아가때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랐듯
이제 엄마는
정신을 짜내고 있어.
몸은 밥으로 크지만
삶은 정신으로 자라.
엄마는 글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생각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아프게 통과한 것들을 짜내고 있어.
기쁨도,
실패도,
무너짐도,
버틴 시간도,
끝내 다시 일어났던 마음도.
그래서 이 편지들은
엄마의 지식을 적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정신을 짜낸 기록이란다.
너희가 당장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
살다가 어느 날,
무너질 것 같은 날,
사람으로 아픈 날,
너무 빨리 달리는 세상때문에 불안한 날,
문득
이 편지 한 줄이 떠오르면 좋겠다.
'아. 내 삶에도 기축이 있었지.'하고.
기축통화가 흔들리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달러를 붙드는 이유는
결국 ‘기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잖아.
엄마는 너희 삶에도
그런 정신의 기축 하나가 세워지길 바란단다.
기준이 기축이 되어야 해.
기축이 삶의 기틀이 되어야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아.
그리고
그 기틀이 단단해질수록
인간은 세상의 속도보다
자신의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단다.
엄마의 유산은
돈도,
집도,
이름도 아니야.
부족한 엄마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정신.
그리고
어떤 시대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했던 자세.
엄마는 그것을
너희에게 남기고 싶어.
그래서
[엄마의 유산]은 계속 쓸 수밖에 없어.
사랑한다.
-2026. 05. 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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