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움직인 너

서툰 하루 끝에서 우리는 또 한 뼘 자랐다.

by쏘작가


방학 내내 지켜보다 오늘 나는 폭발하였다.

아이에게 될 수 있으면 좋게 말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그게 한계가 온 모양이다.

알아서 척척해주면 너무 좋을 텐데 그게 안되니 매일같이 인내심을 느끼며 참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너는 슬그머니 주방으로 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물을 틀고 접시를 하나씩 닦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조금 전까지 화가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엄마가 바랐던 건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시키기 전에 한 번쯤 스스로 움직여 주는 것.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서 서로를 조금씩 배려해 주는 것.

그 작은 행동 하나를 바랐을 뿐이었다.

설거지를 마친 너는 조용히 그릇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는구나.'

예전 같았으면 토라졌을지도 모르고, 방문을 쾅 닫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너는 말없이 행동으로 마음을 전해 주었다.

아직은 잔소리를 해야 하는 나이이고, 아직은 알려줘야 할 것도 많지만, 조금씩 스스로 움직이는 너를 보며 엄마도 다시 배운다.

화를 내기 전에 한 번 더 기다리는 법을.

조금 느리더라도 너는 분명 자라고 있다는 것을.

오늘은 서로에게 조금 힘든 하루였지만, 또 하나의 성장을 마주한 하루이기도 했다.

엄마도 완벽하지 않고, 너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해 가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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