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것 헛꽃

by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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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나무꽃



내가 좋아하는 산딸나무 꽃이 피었다.

산딸나무는 5, 6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 층층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산딸나무 꽃을 처음 본 날

멀리서도 눈에 띄는 깨끗하고 환한 새하얀 빛에 놀랐었다.

그 새하얀 얼굴이 꽃인 줄 알았다.

단아하고 깨끗한 흰색의 꽃잎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 하얀 얼굴은 꽃처럼 보이기 위해 가장 바깥에서 빛나고 있었을 뿐

실제 꽃이 아니다.


꽃을 좋아하는 나의 꽃 그림 선생님은

꽃을 그려주며 얼굴이라고 표현한다.

꽃의 얼굴! (선생님은 꽃을 정말 사랑한다. 무엇보다도 꽃을 예쁘게 그린다. 물맛 가득한 수묵담채로 꽃의 아름다움을 기막히게 잘 표현한다. 그 실력이 정말 정말 부럽다.)

실제 꽃을 만질 때도 꽃의 얼굴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생물을 전공했으므로 맘속으로 생각한다.

꽃은 얼굴이 아니라 생식기관인데.


엄밀히 말하면

꽃은 식물의 얼굴이 아니라 생식기관이다.

암술과 수술이 있어 수분과 수정을 통해

다음 생명을 이어주는 열매와 씨앗을 맺게 해주는 식물의 생식기관인 것이다.


햇살이 따뜻함에서 따가움으로 변하는 5, 6월 초여름 햇살 아래

산딸나무는 네 조각의 새하얀 포엽을 펼쳐 곤충을 부른다.

포엽은 총포라고도 하며 꽃을 보호하기 위해 잎이 변형된 것이다.

실제 꽃은 가운데 아주 조그맣고 수수하게 두상으로 작게 모여있다.

십자로 생긴 히얀 꽃잎의 모양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일명 `십자가나무꽃`이라고 한다고 한다.



카이스트의 산딸나무 by 운촌



크리스마스에 만나는 포인세티아도,

꽃처럼 둥글게 피어나는 수국도,

노오란 빛이 아름다운 수선화도, 그렇다.




수선화의 진짜 중심은 가운데 솟아있는 작은 왕관 같은 부분이다.

그 가장 안쪽에서 향이 나고 생명이 이어진다.

가운데 나팔모양의 꽃 부분을 `부화관(副花冠)` 또는 왕관 모양으로 생겨서 `코로나(corona)`라고 한다.

암술과 수술은 부화관 속에 있으니 그곳이 꽃이다.

겉의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화피(花被)`라고 한다.

곤충들에게 화려한 꽃처럼 보이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수선화 by 운촌


우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보는 부분이

사실은 꽃이 아닌 것이다.


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꽃받침이나 잎이 변한 것이다.

정작 진짜 꽃은

가운데 아주 작거나 연약하다.






사람 마음도 비슷하다.

진심은 안으로 숨긴 채

화려한 말이나 환한 표정으로 타인들을 대하지만

그 내면에 진짜 진심이 숨어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늘 웃고 있지만,

세상 밝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지만,

사실은 홀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괜찮은 척 웃는 사람들

밝은 말로 분위기를 채우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

하지만 어쩌면 그 환한 웃음도

산딸나무의 하얀 꽃잎 같은 것인지 모른다.


자신 안의 아픔을 조용히 감싸고 있는 마음


그러므로

천천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겉의 화려함에 속지말고

저 안쪽에 숨어있는

중요한 진실을 보아야 한다.







채운의 시 <산딸나무 꽃> 중에서 운촌 쓰다.








산딸나무꽃



채운



저만치 하얀 십자가 짊어진 무리

신을 향해 제 목숨 기꺼이 내놓겠노라

의연한 기세로 군집한 것인가


저만치 미사포 쓴 정결한 여인의 무리

신을 향해 제 정성 기꺼이 바치겠노라

거룩한 새벽 미사 올리는 것인가

그 눈부신 자태에 눈을 빼앗겨


한달음에 내달려와서야 알았지

헛것 헛꽃 헛것 헛꽃

꽃잎의 변장

그 하얀 술수에 홀딱 넘어가버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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