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그대로 있을까?
이제는 오래되어 사라졌을까?
내가 태어나 11살까지 자란 시골집은 저 아래 있다.
저 시퍼런 물속에 있다.
저 아름다운 대청댐 아래에 우리 육남매가 태어나 자란 고향 마을이 있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 판장리 38번지
(채운은 338번지로 기억하지만, 작은 농촌 마을에 300가구 이상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없어진 우리집 주소다.
저 대청댐 아래에서는
오래전 우리 동네 판장리 골목길에서 우리가 뛰어 놀았듯
지금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노닐고 있으려나?
아버지가 하얀 페인트로 `부엌`이라고 쓴 문짝이 있던 우리 집 부엌은 아직 있으려나?
없어졌겠지......
벌써 몇십 년이 지났는데.....
1970년대 대한민국은 전국이 뚝딱거렸다.
고속도로가 놓이고, 공장들이 세워지고, 중공업 공장은 물론 제철소까지 생겼다.
시골 마을에서도 지붕을 개량하며 초가집이 사라지고 뭔가 들썩들썩했다.
젊은 언니들은 명절에 고향집에 내려온 동무를 따라
오빠와 남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하나둘 공장이 있는 도시로 떠났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까?
동네에 낯선 아저씨들이 나타나고 우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산자락에 흰색의 띠 같은 줄이 그어졌다.
이어서 그 줄 아래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하나둘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갔다.
학급의 아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얀 줄이 있는 곳까지 물이 들어온단다.
우리 마을은 물에 잠기고 이곳에 큰 댐이 건설된다는 것이다.
바로 대청댐이다
우리 가족은 비교적 일찍 고향을 떠났다.
나와 언니 그리고 채운을 큰집에 맡기고 두세 달 먼저 도시로 떠났던 엄마가
드디어 우리를 데리러 왔다.
눈이 빠지게 엄마를 기다렸었다.
빨리 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고 싶었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무더운 여름 8월 22일이었다.
우물 대신 수돗물이 나오는 도시로 빨리 이사 가고 싶어
눈이 빠지게 엄마를 기다렸는데
이상했다.
집을 나서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마을을 막 벗어나 동네 앞에서 마을을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날 때는
눈물도 났다.
다시는 이곳에 올 수 없다는 사실이,
이 마을이 물속에 잠기고 없어질 것이란 사실이
어린 계집아이의 마음속에 뭔지 모를
커다란 슬픔으로 덮쳐왔었다.
그렇게 우리 동네는 수몰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실향민이 되었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았다.
언제부턴가 5월 어버이날 가족 모임을
이곳 나의 고향, 대청댐이 있는 곳에서 한다.
바로 여기에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산소가 있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우리 집안의 산소는 아직 그곳에 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산소를 가려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산 위로 한참을 올라갔었다.
하지만 이제는 산소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찰랑거린다.
햇빛에 반짝이는 대청댐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아버지가 계신 곳의 대청댐 뷰는 진짜 백만 불짜리다.
며칠 있으면 아버지 기일이다.
5월이면 그래서 더 이 곳이 생각난다.
아버지 산소 근처의 판장 횟집을 들렀다.
야채와 콩가루를 잔뜩 넣고 초장과 마늘로 양념한 송어회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
송어는 민물 생선이다.
바다 생선과는 달리 고소하다.
요즘은 낚시 대신 양식장에서 기를 것이다. 식당 옆에 커다란 수족관이 있다.
양식장에서 길러지고 이곳 수족관으로 옮겨졌을 것이다.
접시에 담긴 빨간 살점들을 들여다본다.
몇 시간 전 이 살점들의 주인은 물속에서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겠지?
난 어릴 때부터 습성 하나가 있다.
어떤 음식을 먹기 전 바로 그들의 이전의 모습, 더 이전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연상들이 때로는 음식의 맛을 더 풍성하게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젓가락질을 머뭇거리게도 한다.
나의 식탁으로 오기 전 살아있을 때의 그 느낌이 나의 손끝으로 느껴져
차마 먹기 힘들 때도 있다.
송어회를 한점 집어든다.
양식장에서 키워지지 않고 저 시퍼런 대청댐에서 자라다가 어느 어부의 낚시 바늘에 집혔다면
넌 우리 마을을 보았겠구나!
내가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하던 우리 집 마당과
매일같이 학교 갈 때 건너갔던 개울의 다리도 보았겠구나!
점심시간이면 한달음에 달려와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에 늦을까봐 학교로 달려가며 헉헉거리며 오르던 교문 앞 높은 계단도 보았겠구나!
어쩌면 우리 집 마루에서 자라는 수초들 사이를 노닐기도 했겠구나!
콩고물과 초장을 듬뿍 묻혀
송어회를 먹는다.
입안에 가득 고향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