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격투기 천재인 줄 알았다.

배고파서 적었던 먹거리 일기

by김상욱

글에 적은 것은 군대에서의 힘든 순간만 적어놔서 군대생활이 힘들기만 했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순간도 많았지만 즐거웠다.

팀생활을 하면서

기동 하면서 사격을 한다거나, 저격총을 쏴본다거나, 게임에서나 볼법한 기관총과 권총사격을 해본 것.

시원하게 몇백 발 쏴 갈기고 탄피 대충 주웠던 경험, 해상에서의 사격(안 줍는 것은 아니고, 대충 줍긴 한다. 몇 개 없어졌다고 집에 못 가진 않았다.

한밤중 높은 파도에 타는 립보트는 놀이기구 이상이라고 느끼고 나오기 전에 먹은 햄버거를 후회하며 보트 안에서 토한 것 등등.

이곳에는 적을 수없는 위험한 경험도 몇 번 있었지만,

모두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이자, 두 번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항상 너무나도 긴장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다.

어쨌든 나는 그런 상황 와중에 군대에서 나름의 격투기훈련을 하고 휴가를 받아서 시합을 뛰었다.

운동을 미뤘던 나에게. 스스로에게 말했던 그때의 일기

정확히 말하면, 몰래 시합에 나갔다.


2015년 5월쯤, 격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시합을 나갔다. 그 당시에도 85kg 정도 나갔었는데,

군생활을 하면서 77kg 시합을 두 번, 그리고 70kg 한번. 이렇게 총 세 번의 시합을 나갔다. 몸무게를 빼는 법도 몰라서 너무 힘들어서 가까스로 뺐다. 배가 고파서 동기들과 먹고 싶은 걸 얘기하면 주린 배를 움켜쥐며 잠을 자기도 했고, 잠 못 자는 밤 먹고 싶을 것을 일기에 적기도 했다.

먹고싶었던 것을 적었던 그때.

생활반에서 자다가 너무 배고파서 새벽에 몰래 급식실 가서 우유와 빵을 먹은 적도 있다.

물론 그렇게 먹고 나서 정신 차리고 먹은 걸 다 토해냈다. 그땐 위험한지도 몰랐다.


하지만, 힘들게 감량을 한다고 군대 일과를 빼먹을 수는 없었다. 사격이면 사격, 훈련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하면서 감량을 진행했다. 근데 그렇게 군대의 일과를 하면서 감량을 같이 하니, 정신이 없었다. 특히 사격. 원래 감량을 하면, 몸을 움직일 힘도 없는데, 밥과 물을 못 먹은 상태로 사격을 진행하니, 정신이 흐트러졌고, 그 와중에 실수로 내 발을 쏠 뻔도 했다. 그 벌로 벽 보고 총기 안전 수칙을 4시간 동안 외운 적도 있다. 그 덕에 그렇게 외운 총기 안전 수칙은 지금까지도 잊지 않는다.

‘사격 시 외에는 방아쇠울에 손가락 삽입금지’

‘표적이 무엇인지 알고 표적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것’

‘특정 표적 외에는 어떠한 사물도 조준금지’

‘사격 시에는 B기 조기 게양’

'모든 총기는 항상 장전된 것으로 간주한다'


아직도 줄줄 읊는다.


아무튼 그렇게 휴가에서 시합을 나가는 모습을 본 주임원사님께서는 내가 시합에서 다칠 것을 염려해 휴가 중 시합을 나가지 못하게 하셨지만, 몰래 시합을 나갔고, 운 좋게 첫승을 거두었다.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 나간 2015년의 3번의 시합 중 나는 2승 1패를 했다. 그리고 시합에서 이겼을 때, 나는 마치 UDT의 지옥주를 마친 것과 같은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지옥주때 했던 다짐처럼. 그때 그 기분을 느끼게 한 격투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시합을 마치고, 나는 관장님께 말씀드려서, 전역 후에 선수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게 되었다. 편지를 써서 나의 진심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나의 격투기 인생이 시작되었다.

격투기선수를 하겠다고 쓴 편지. 지옥주가 끝나고 태극기를 본 순간의 전율이 언급되어있다.

여담이지만, 나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2전 2승을 할 때까지, 비록 ko는 시키지 못했지만 일방적인 승리를 했다.

나는 천재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격투 센스가 타고났다고 생각했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도 시합에 나가서 이기고, UDT까지 나왔으니. 마치 여태까지의 고난들이 하늘에서 나를 격투기 선수로 만들어주기 위한 셋업이었구나.

군대에서 나가는 순간 사람들은 나를 또 한 명의 정찬성, 김동현이 세상에 나타났구나 하고 놀랄 거라고 생각했다. 재미있었다.

마치 내가 udt에 갔었을 때처럼

그렇게 전역을 얼마 앞두고 그렇게 자신감이 가득 찬 상태로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나”로 바뀌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처음 마음먹고 한 것. 그것이 바로 “휴가 나가서 번호 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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