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날
행복이 정박하는 항구마다 태풍에 대비했다. 불행은 비켜나가더라도 배들을 흔들고 부수는 탓에 단단히 붙들어 매야만 했다. 바다는 바람이 불 때마다 함께 왔다.
바람을 타고 오르고 내리는 비행기로 가득 메운 공항을 빠져나와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프랑스의 첫날은 그렇게 시작됐다.
버스는 순례자들과 달리 자기 노선을 따라 늘 같은 곳을 다녔는데 별들이 신호수처럼 오고 가는 버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전지식 하나 없이 산티아고로 떠밀린 나는 한참을 낯선 이방인들과 함께 서 있다가, 이곳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 직전에야 기차를 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역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순례자들이 일정상 파리에서 보통 하루를 묵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것은 기대와 당혹감을 동시에 몰고 왔다.
파리는 생각만큼 깨끗한 도시가 아니어서, 자기 것을 버리러 온 순례자에게 제격인 도시였다.
낯선 곳이었기 때문에 TGV를 타야 할 몽파르나스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머큐어 파리 가르 몽파르나스 호텔에 짐을 풀었다.
서울의 호텔에 비할 것은 아니었지만 시설이 잘 갖추어진 탓에 '호텔 순례자'들에게나 어울리는 장소라 생각됐지만,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거쳐 산티아고로 갔을 터.
나는 술래잡기를 끝내려고 순례자의 길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