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 출국
난파선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조각처럼 해변으로 떠밀려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것들과 조우하려고, 길을 떠났다.
프랑스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무겁고 버려야 할 것들을 짊어지고 가는 길이었지만 다행히 항공사는 그것들의 무게까지 달아보진 않았다.
마음의 짐을 싣고도 가볍게 날아오른 비행기가 하늘에 그어놓은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나를 프랑스에 내려놓았다.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린 날은 비가 내려 흐렸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이 순탄치 않으려나 하는 기우에 비행기에 다 싣지 못했던 마음의 짐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입국장에 들어서자, 날 모르는 심드렁한 프랑스인이 여권과 나를 번갈아 보고 무어라 말하는데, 불어를 모르는 내겐, 마치 갈리아 지방을 정복하러 온 카이사르를 대하는 갈리아인의 적대적인 말처럼 들렸다.
카이사르는 무장한 로마병사들의 호위를 받았지만, 여권 외에 나를 지켜 낼 방패가 없는 나는 영어로 떠듬떠듬 여행이라고 입국 목적을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혼잡한 도로 한복판에 선 교통순경처럼 흔들어대는 내 손짓발짓이 공항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흔한 춤이었기에, 나는 이렇다 할 전투 없이 프랑스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