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길 (3)

(3) 서글픈 날

by조은


서글픈 날엔 어깨가 들썩이도록 울어도 좋다.

나는 이곳 파리에 운석처럼 떨어져, 주변에 파편을 남기고 있다.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파리에서의 첫날밤을 흔들고 있었다.


서울에서 사랑했던 사람이 돌아갔단 부고가 전해졌다.

한겨울 내리는 함박눈 같았던 사람이었다. 가슴에 발을 디디면 움푹 파여 발자국이 그대로 남을 것처럼 맑고 투명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떠났다.


죽음이란 게 잊고, 또 잊히는 것이라지만, 그 사람은 기억이 다 하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다.


카지노톡 알림을 무음으로 설정해 둔 터라 조금 늦게 알게 되었지만, 소식을 접하자마자 감당하지 못할 서러움이 내 안에서 밀물처럼 차 올라왔다.


몹시 슬퍼서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뜻밖에 울어지지 않아서 한동안 앉지도 못하고 방안에 선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만 들썩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슬픔이 썰물처럼 물러나는 것을 느끼고, 나는 애써 붙잡으려고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훔쳤다.


서울은 지금 몇 시나 됐을까? 빈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을까? 내성적인 그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았는데.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을 향해 파리로 떠밀려 온 것을 나는 그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의 영혼이 이렇게 먼 곳에 와 있는 나를 찾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서울에 있는 그의 가족에게 기별을 넣었다.


"순례길에 나선 탓에, 조문을 가지 못해, 몹시 죄송한 마음입니다. 가눌 길 없는 슬픔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부의금을 대신하도록 일렀다.


전화로 조문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이 들어, 그의 부고를 알게 된 후 방 안에 가득 찬 슬픔을 남겨둔 채.


나는 무작정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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