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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는 자의식과 신념이 매우 강하신 분이다. 보통 나이가 들면 내려놓는 것도 있다는데, 어머니는 반대다. 점점 흩어지는 신체기능과 지력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유아교육계에서의 과거의 영광과 성취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거세진다.
그래서 어머니와의 대화는 늘 평가로 시작해서 평가로 끝난다.
‘저 사람은 이래서 못났고 나는 이래서 훌륭하다.’
남들에게는 유난히 박하고, 본인에게는 한없이 후하다.
“그 선생은 어쩜 그렇게 피아노를 못 치냐. 듣고 있으면 짜증이 났어.”
“사람들이 김원장은 어쩜 그리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얼굴도 이쁘냐고 맨날 칭찬했어.”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은 길어야 1-2시간 정도의 식사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기가 쭉 빨린다. 급격히 피곤해진다. 식사 시간 동안 내내 대화의 주도권은 당연히 어머니에게 있고 화제는 늘 아들 자랑으로 흘러간다.
“우리 아들이 어릴 적 얼마나 똑똑했는지 아니?”
(모르겠는데요..)
“우리 아들이 얼마나 착한지 그때 담임선생님이 신부님하라고 했어~”
(아니, 왜 담임선생님이 제자 혼삿길을 막으심?)
여기까지는 들어줄 만하다. 나도 남편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무지성 외모 칭찬,
‘우리 아들이 얼마나 귀엽고 예뻤...’
(에라이. 이하 생략이다.)
결혼 초에는 그저 아들이 자랑스러운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매주 시댁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괜히 남편이 말을 걸면 예민해져서 짜증을 냈다. 뭔지는 모르는 감정이었지만 끝내 불쾌했다. 분명 남편 칭찬인데 나는 왜 피곤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던, 그 감정은 불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그 자리에서 자꾸 ‘평가받는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나를 평가하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 훌륭한 아들을 설명하는 말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저런 남편의 아내로서 나는 충분한 사람인가?’
‘며느리 역할 잘하고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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