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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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성공한 개척자 V long

불안의 시대다.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흔들린다.

이 시대의 심리학은 결국 ‘불안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거대한 담론 같다.


‘저 풀숲에 호랑이가 있으면 어쩌지?’


라는 선조들의 원시적 생존 불안에서부터


‘나만 지금 못 탄 거 아니야?’


라는 주식 불장에서의 ‘포모(FOMO)불안’까지.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의를 환기하는 ‘현실 불안’의 건강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나 역시 불안의 노예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집에서는 ‘티니핑’에서의 ‘~핑’을 붙여 별명을 만든다. 먹핑, 귀찮핑, 늦잠핑 같은 식이다. 나는 스스로를 ‘불안핑’이라 명명한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는 팔목에 차면 그 사람의 감정을 알려주는 감정 워치가 나온다. ‘황동만’이 누군가와의 소통에서 어딘가 불편해 보일 때, 어김없이 팔목의 감정 워치의 창은 빨간색으로 물들며 감정을 띄운다.


‘불안’


마흔이 넘도록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며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황동만에게 형은 묻는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그러자 황동만이 절규하듯 외친다.


“불안하지 않는 거!”


그 장면을 보는 데 순간 뜨끔했다.


‘헉 저거 난데?’


만약 내가 그 감정 워치를 착용한다면 나도 하루의 대부분은 빨간색 창에 ‘불안’이라고 뜨겠지?


‘나는 왜 이렇게 매사 불안한 걸까.’


나는 원래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다. 막둥이로 자란 나는 옷은 언니들에게 물려받아 입고, 맛있는 것도 늘 언니나 오빠 차지였다. 뭘 갖고 싶다고 뭘 하고 싶다고 조르면 4남매를 키우느라 넉넉할 리 없는 엄마의 대답은 언제나


“언니한테 배워.”


“언니한테 받아.”였다.


내 몫을 얻기 위한 투쟁 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성취하려고 나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익숙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나를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방향을 바꾸어 누군가를 통제하려는 ‘통제핑’이 된다. 그 희생양은 만만한 자녀들. ‘잔소리핑’이 되어 나의 불안의 언어를 쉴 새 없이 말한다. 당연히 관계는 갈등으로 물든다.


자녀들이 성장하여 이제는 더 이상 자녀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깨닫자, 다시 나에게 방향을 돌려 나를 통제하기로 한다. 매번 새로운 자극에 나를 맡겨 목표를 세우고 뭔가를 이루면서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으로 불안을 덮으려 했다.


‘실수하면 어쩌지.’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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