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두고 떠난 님이라면
달이 뜨는 밤마다 오시려나
첨성대 돌담에 이마를 대고
오늘도 하늘만 봅니다
님 계신 무덤은 둥그런 산
풀잎은 푸르러 또 봄인데
목이 쉬도록 불러 본들
대답은 없고 바람만 갑니다
불국사 돌계단 한 층 오를 때
잊자 잊자고 맘먹었건만
석가탑 그림자 길게 눕으면
잊힌 얼굴이 먼저 떠옵니다
월지에 불이 켜지는 밤이면
물 위에 떠오른 옛 궁궐 하나
못 가는 길인 줄 알면서도
물가에서 발을 못 뗍니다
차라리 돌이라면 좋았을 것을
천년을 울어도 닳지 않는 돌
못 다한 그리움 가슴에 박혀
달이 뜨면 또 무너집니다
천년이 가도 못 잊을 이름
풀에도 돌에도 사무쳐 있어
경주에 달이 뜨는 밤이면
나도 따라 천년을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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