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 작은 실험실을 만들다

토머스 에디슨

by은파랑

1850년대 후반, 미국 미시간을 달리는 기차 안. 객차 뒤편 화물칸에서 작은 유리병들이 흔들렸다. 병 안에는 이름 모를 약품들이 들어 있었다. 기차가 굽은 선로를 지날 때마다 병들이 서로 부딪혔다.

앞에 한 소년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토머스 에디슨. 아직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전구와 연결하지 않았다. 축음기도 없었다. 멘로파크 연구소도 없었다. 수많은 특허도 없었다. 그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 소년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것과 저것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 다르게 해 보면 무엇이 달라질까. 소년에게 세상은 이미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에디슨의 시작에는 천재의 번쩍임보다 흔들리는 유리병이 있었다.

에디슨은 1847년 미국 오하이오주 밀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가족은 미시간주 포트휴런으로 이주했다. 학교생활은 길지 않았다. 훗날 그의 어린 시절을 둘러싸고 “학교에서 저능아 취급을 받았지만 어머니가 천재로 키웠다”는 식의 이야기가 널리 퍼졌지만, 세부 내용 상당수는 후대에 극적으로 꾸며진 것으로 보는 편이다.

분명한 것은 정규 학교교육이 길지 않았고, 어머니 낸시의 도움을 받으며 바카라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점이다.

바카라을 읽으면 궁금한 것이 생겼다. 궁금하면 직접 해보고 싶었다. 해보면 실패했다. 그러면 다시 했다. 그에게 공부는 답을 외우는 일보다 질문을 실험해 보는 일에 가까웠다.

열두 살 무렵부터 에디슨은 기차에서 신문과 과자 등을 팔았다. 이른 아침 역으로 나가 물건을 싣고 승객이 있는 객차를 오갔다. 다른 사람에게 기차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공간이었다.

에디슨에게는 조금 달랐다. 돈을 버는 곳이었고, 사람을 관찰하는 곳이었고, 바카라을 읽는 곳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실험실이 되었다. 화물칸 한쪽에 작은 실험 공간을 마련해 약품과 기구를 가져다 놓았다고 전해진다. 움직이는 기차 안이었으니 좋은 연구실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바닥은 흔들렸다. 바퀴는 철로를 때렸다. 유리병은 다시 흔들렸다.

그런데 소년은 그곳에서 실험했다. 좋은 환경이 생긴 다음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에게 있는 공간을 실험실로 바꾸었다. 에디슨은 기차에서 신문을 직접 만들어 인쇄하기도 했다. 어린 상인의 머릿속에는 이미 여러 역할이 함께 살고 있었다. 판매자였고, 편집자였고, 인쇄공이었고, 실험자였다.

그러다 화물칸에서 화학약품 때문에 불이 났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구체적인 경위에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의 작은 실험실이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실험은 언제나 낭만적이지 않다. 냄새가 난다. 깨진다. 틀린다. 가끔은 혼난다. 무엇보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과거를 돌아보며 처음부터 하나의 길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에디슨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모든 일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렇게 정돈되어 있지 않다.

소년은 신문을 팔았다. 전신을 배웠다. 기계를 만졌다. 돈을 벌었다. 실험했다. 실패했다. 또 다른 것을 궁금해했다. 길은 나중에 하나로 연결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신망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다. 에디슨은 전신 기술을 익혀 전신기사로 일했고 여러 도시를 옮겨 다녔다. 전신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전류가 흐르고 끊어진다. 신호가 문장이 된다. 보이지 않는 전기가 사람의 말을 멀리 보낸다. 그 경험은 에디슨을 전기와 기계의 세계로 더 깊이 끌어들였다.

1869년 무렵 본격적으로 발명 활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뉴저지 멘로파크에 연구시설을 세웠다. 이곳에서 에디슨의 발명 방식은 더욱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우리는 에디슨을 혼자 방에 틀어박혀 모든 것을 만들어낸 고독한 천재로 기억하기 쉽다. 그러나 멘로파크의 발명은 여러 기술자와 조수들이 함께 참여한 연구개발의 결과이기도 했다.

에디슨의 능력 가운데 하나는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을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재료를 바꾼다. 조건을 바꾼다. 측정한다. 기록한다. 안 된다. 다시 한다. 어린 시절 기차에서 시작된 반복은 연구소에서도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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