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안에 넣어둔 물음표
회의감이라는 말은
의심을 품에 안는다는
뜻
회(懷)는 본래
옷깃 속 가슴께를 가리키던 글자
그리움을 품는다 하고
추억을 품는다 하는 말에도
같은 글자가 들어있다.
소중한 것을 넣어두는 자리에
의심이 들어앉은 것
의(疑)는 옛 글자의 모양이
지팡이를 짚은 사람이
갈림길에서 걸음을 멈추고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라고 풀이되기도 한다.
가던 길을 버린 것이 아니라
가던 길이 맞는지
서서 되묻는 자세
그것이 의심의 본래 얼굴이었다.
모임을 뜻하는 회의(會議)와
소리는 같지만 뜻은 다르다.
저쪽은 여럿이 모여 말하는 일이고
이쪽은 혼자서 가만히 품어보는 일이다.
비슷한 말로 냉소가 있다.
냉소는 찰 냉(冷) 자를 쓴다.
식어버린 웃음으로
물음을 아예 닫아버리는 마음
하지만 회의는
닫는 일이 아니었다.
냉소가
문을 닫아걸고 돌아서는 일이라면
회의는
문 앞에 서서
이 문이 맞는지 한 번 더 묻는 일
매일 걷던 출근길 한복판에서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
문득 걸음이 느려지던 아침
답은 찾지 못했지만
물음은 지워지지 않았고
가슴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나를 흔드는 돌멩이 같았으나
오래 품고 있자
어느새 따뜻해져서
길을 더 정확히 걷게 하는
작은 나침반이 되어 있었다.
의심을 품는다는 것은
길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내 길을 끝까지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품 안의 온기가
말없이 일러주고 있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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