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욕구

빈 골짜기에 울리는 이름

by은파랑

인정욕구라는 말은

텅 빈 골짜기처럼
입을 열어두고

무언가 채워지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모양

그것이 바라는 마음의
본래 얼굴이었다.

인정(認定)은
알아보고 정한다는 뜻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그렇다고 말해주는 일

그러니 인정욕구란
나를 알아봐 달라고
골짜기처럼 입을 벌리는 마음이었다.

골짜기에 대고 소리치면
메아리가 돌아온다.

내가 여기 있다고 외친 목소리가
산을 한 바퀴 돌아와
다시 나에게 닿는다.

비슷한 말로 허영이 있다.

속은 비어 있는데
겉만 반짝이려는 마음

하지만 인정욕구는
반짝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허영이
남의 눈에 빛나려는 일이라면

인정욕구는
남의 눈에 닿아
내가 있음을 확인하려는 일

발표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수고했다는 한 마디를
말없이 기다리던 오후

그 말이 들려왔을 때
메아리가 돌아오듯
가슴이 잠시 가득 차올랐지만

메아리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소리가 지나간 골짜기는
어느새 다시 비어 있었고

빈자리를 안고서야
알게 되었다.

골짜기를 오래 채우는 것은
돌아오는 메아리가 아니라

바닥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작은 샘물 하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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