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혼란이라는 말에는
섞을 혼(混) 자가 들어있다.
혼(混)은 물 수(水)와
함께 곤(昆)이 만난 글자다.
여러 줄기의 물이
한데 어우러져 흐른다는
그런 뜻이었다.
뒤에 오는 란(亂)은
어지러울 란이다.
옛 글자의 모양은
두 손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모습
그런데 이 글자에는
다스린다는 뜻도 함께 들어있다.
'서경'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신하를 두고
란신(亂臣)이라 적은 대목이 있다.
엉킨 것과
엉킨 것을 푸는 일이
한 글자 안에
나란히 살고 있었던 것
비슷한 말로 혼돈이 있다.
혼돈은 하늘과 땅이
아직 갈라지기 전의 상태
처음부터 아무 질서도 없던 자리
하지만 혼란은
질서가 있었던 자리에서만 생긴다.
혼돈이
아직 맑아본 적 없는 물이라면
혼란은
맑았던 물에
흙이 풀린 것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고 믿었던 어느 날
작은 말 한마디에
마음 바닥의 흙이
한꺼번에 일어나던 저녁
손을 넣어 휘저을수록
물은 더 탁해졌고
그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러다 알았다.
가라앉는 일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하는 일이라는 것
손을 거두고
곁을 지키자
흙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탁했던 물 위로
얼굴이 조금씩
다시 비치기 시작했다.
혼란이란
질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맑음이
다시 오기 전의
잠시 흐린 시간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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